[기획]지지부진 해상풍력 빈 자리…"수력·양수발전이 최선 대안"
[위기의 에너지산업]③국가적 결단 필요한 시점
영동양수 '조건부 수주'가 열어 젖힌 기술 자립의 문
예산 단절·저가 수입·발주사 외면 시 기회의 창 닫혀
정부·발주사·산업계 한 방향 못 잡으면 해외에 수주 뺏겨
2026년부터 10년간, 국내 수력설비 시장에 3조 원을 웃도는 대규모 발주가 예정돼 있다. 2025년 11월' 제2회 수력의 날' 행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수력협회가 공개한 발주 계획은 업계에 오랜만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영동양수 선례가 보여주듯 기술제휴를 통한 국산화의 발판은 마련됐다. 그러나'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들이 남아 있다.
2024년 9월 토목공사가 착공된 영동양수발전소는 2011년 예천양수 이후 15년 만에 재개된 양수발전 사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6월 주기기 공급 계약(3천300억원)을 수주하며 안드리츠로부터 기술을 이전받는 조건으로 참여했다. '조건부 수주'방식은 국내 기업이 핵심기술을 내재화하는 경로를 실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선례다.
홍천 양수 펌프수차 2기 입찰도 공고 중이며, 포천·합천·양양 등 다수 양수발전소 건설이 연이어 예정돼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들 사업을 연속 수행하면 기술 자립이 가능한 구조다. 대기업의 핵심기술 내재화는 관련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활성화로도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살리기 위해 네 가지 정책적 과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사업 예산의 현실화이다. 국산화 기업의 요청 수준에 부합하는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예산 부족은 기술개발의 연속성을 끊고 결국 기업의 존폐를 위협한다. 단발성 지원이 아닌 프로젝트 전 주기에 걸친 예산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국내 기업 컨소시엄 참여 조건 유지가 담보돼야 한다. 영동 양수 사례와 같이 입찰 조건에 국내 기업 컨소시엄 참여를 명문화해야 한다. 기술제휴를 통한 국산화 완성을 위해 발주 단계부터 국내 기업의 역할이 보장돼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체제 활용한 저가 제품 유입 방지도 필수적이다. WTO GPA 상호개방 원칙을 적극 활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조 원가 기반을 바탕으로 제작된 해외 저가 설비의 무분별한 국내 유입을 방지하여 관련 생태계의 교란을 방지해야 한다.
한수원과 수자원공사 등 발주·운영사가 국산화 확대를 위한 적극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 국가기간산업인 수력발전설비의 국산화는 기업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 없으며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수력설비 국산화가 어려운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원천기술의 부재, 내수 시장의 한계, 예산의 불연속성, 기업의 수익성 확보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열리는 대규모 시장은 이 같은 모든 장벽을 돌파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다음 사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기업이 살아남고 기술이 축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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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수력발전 기업 D사의 폐업은 연속성의 단절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정부와 발주사, 산업계가 한 방향을 바라보지 않으면 이번 기회 역시 해외 선진 기업의 수주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지부진한 해상 풍력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것은 수력·양수발전뿐이다. 기술 자립의 마지막 창이 열린 지금,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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