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미리보는 미·중 정상회담, 무역 뒷전…지정학 앞으로
이란·대만, 미·중 정상회담 최대 쟁점
美 성과 필요, 中 시간 벌기…엇갈린 셈법
오는 14~15일 열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이란 전쟁과 대만 문제가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다면 올해는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희토류 등 기술·안보 이슈도 협상장을 달굴 주제로 꼽힌다.
최대 현안은 이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에서 양 정상이 만난 뒤 반년 만에 열린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11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자릿수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이후 1년간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여러 차례 고위급 회담을 이어가며 사전 조율에 나섰지만, 올해는 다소 뒷전인 모양새다.
당시, 거친 언사로 중국을 위협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다 할 대중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란 전쟁의 출구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당초 3월 말~4월 초로 예정했던 방중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것도 이란전쟁이 이유였다. 다만 미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이란 지원을 문제 삼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지난달 중국의 티포트 정유사(독립 정유사) 중 최대 규모인 헝리 페트로케미컬 등을 제재했다. 이란의 자금줄을 끊으면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에너지 수입원을 옥죄는 조치다.
이렇다 보니 이번 회담에서 이란 전쟁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중국이 우방국인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란 에너지의 90%를 구매하며 자금을 대준다고 비판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도 중국이 이란에 '글로벌 경제를 인질로 잡지 말라'고 직접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6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이란산 에너지 구매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며 "이란은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이다.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누구든 이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정상회담에서 교섭력 강화를 위해 이란 문제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지난 6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중국 측의 초청에 따라 방중했다. 대니 러셀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책임감 있는 강대국으로서 중국을 부각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완전히 이란 편으로 보이는 것에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과 대화 가능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부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부에서는 이란 전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신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전쟁이 처음 발발했을 때 만약 이란에서 친서방 정권이 등장한다면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며 "현재 상황은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까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관련 사안이 거론되지 않았으나,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에 대만 관련 태도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대만의 분리를 용납하지 않고,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창 총리도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몬태나주·공화당)과 만나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중·미관계에서 첫 번째로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때 대만 관련 사안이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대만이나 인도·태평양의 어느 지역과 관련해서도 안정을 해치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원치 않고 이는 미·중 모두에 상호 이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이 대만에 대한 태도 변화에 나선다면 정치적으로 큰 성과를 얻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중국이 대만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시 주석이 대만의 법적 지위를 포함한 미국의 외교 정책 변화를 촉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제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만 문제가 중국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무역·AI·희토류 등도 논의…트럼프, 北김정은 만나나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다투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분야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고도화에 따른 대응이 협상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을 앞세운 AI와 관련한 공식 대화 채널 신설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도 회담 의제에 생성형 AI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AI,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 견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23일 중국 등 외국 기업들이 미국의 AI 기술을 훔치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중국은 희토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미국의 기술 견제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미국은 무기를 대거 소진했는데, 무기를 다시 비축·재생산하려면 갈륨 등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가 필수적이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추가 구매나 보잉 항공기 구매, 무역 휴전 연장 등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유권자들에게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보잉 항공기 대규모 구매 같은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다만 큰 합의는 없이 지난해 10월 체결한 무역 휴전을 연장하고, 몇 가지 거래를 하는 데서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와 외신들의 중론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이 다시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7일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접촉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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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중대한 합의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웰치 수석 지정학 경제 애널리스트는 중국 측이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며 "중국은 안정을 사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조너선 친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도 "중국의 핵심 목표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계속해서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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