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포드호, 미 본토로 철수
마두로 체포 이어 이란 전쟁 투입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미국 해군 역사상 가장 긴 작전 기간이라는 기록을 남긴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CVN-78)함이 마침내 중동 해역에서 철수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루어진 이번 철수는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전력 후퇴라는 점에서 미국의 군사 전략과 외교적 셈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2차대전 후 최장 작전기록…베네수엘라·이란 작전 연달아 투입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해 6월 출항했던 제럴드 포드함이 기록한 작전기간은 총 316일에 달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항공모함의 최장 단일 작전 기간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기존 기록은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세워진 294일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함내 집단 감염으로 인해 입항 자체가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장기 해상 체류가 이루어진 사례였다. 반면 이번 제럴드 포드함의 316일은 실전 전투를 두 차례나 치르며 수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대한 해역을 종횡무진한 끝에 달성된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승조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소진이 얼마나 극심했을지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포드함의 기나긴 여정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드함은 지중해 지역으로 파견되어 약 6개월간의 작전을 수행한 뒤 미국 본토로 귀환하는 항로에 올랐다. 승조원들은 오랜 항해 끝에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본토 귀환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예기치 못한 명령이 내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전격 시행된 베네수엘라 작전이 발동된 것이다. 미국 본토 인근 해역에 있던 항공모함들이 총동원된 가운데, 귀환 항로에 가장 근접해 있던 포드함이 작전에 차출됐다. 포드함은 1월부터 베네수엘라 해역에 투입되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지원했다.


마두로 체포 작전이 마무리된 이후, 포드함은 이번에는 카리브해에서 대기하며 본토 귀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2월 말, 또다시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당장 동원 가능한 항공모함이 포드함밖에 없는 상황에서, 군은 포드함에 다시금 전진 배치 명령을 내렸다. 지중해와 카리브해를 거쳐 이번에는 중동 해역으로 향하는 세 번째 파병이었다. 당초 6개월 일정으로 시작된 임무가 베네수엘라 작전, 이란 전쟁을 거치며 어느덧 300일을 넘어선 것이다.

장기간 혹독한 작전 환경에 놓이다 보니 함 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탁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병사들이 부상을 입는가 하면, 화장실 시설이 고장 나는 일도 잇따랐다. 생활 기반 시설의 잇따른 결함은 승조원들의 사기를 급격히 저하시켰다. 결국 이란과의 전황이 어느 정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자, 미 국방부는 포드함을 일시적으로 크로아티아 항구로 보내 긴급 수리와 병사들의 휴식을 취하게 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포드함은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작전 해역으로 복귀해 이달까지 임무를 이어갔다. 마침내 미 국방부는 포드함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완전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이란과의 전면전 재개 가능성이 낮다는 상황 판단이 그 결정을 뒷받침했다.

이란 작전 투입 항모 3척에서 2척으로 감소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포드함의 철수는 중동 해역에 전개된 미국의 항공모함 전력을 3척에서 2척으로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미군이 이란 전체 해안선을 대상으로 전개 중인 해상 봉쇄 작전의 압박 강도가 다소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협상 직전에 발표했던 '프로젝트 프리덤', 즉 호르무즈 해협에 억류된 유조선들을 구출하는 작전이 일시 중단됐던 이유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미군은 지금보다 3배 이상 많은 함정을 동원하고도 호위작전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례가 있다.


현재 중동 해역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이중 봉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고, 미국은 이란 전체 해안선을 에워싸는 바깥 봉쇄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이중 봉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쪽은 단연 이란이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의 경제 제재를 피해 중국과 인도 등에 석유를 밀수출하는 방식으로 하루 5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7200억 원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미군의 해상 봉쇄로 이 밀수출 통로마저 완전히 차단되면서 경제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적 타격이 석유 수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상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식량, 의약품, 생필품 조달마저 어려워졌고, 일반 국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의 석유화학 기업들과 건설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외화 수입이 끊기면서 임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들 기업이 연쇄 도산할 경우 수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 정권 입장에서는 경제적 압박이 대규모 시위나 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서 해상 봉쇄 해제를 최우선 요구 사항으로 내걸고 있는 것은 이러한 내부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이 같은 이란의 절박한 상황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협상 논의를 이어가면서도 해상 봉쇄만큼은 집요하게 유지하는 투트랙 접근이다. 비록 항공모함 한 척이 철수해 봉쇄 압박 강도가 다소 낮아졌다 하더라도, 이란 선박이 항구를 출항할 때마다 공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봉쇄선을 실질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 선박들도 이 봉쇄선을 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란 핵문제 놓고 이견차 좁혀지지 않아…단기 합의 어려울듯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한편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은 현재 포괄적인 합의를 먼저 도출한 뒤 세부 사항은 추후 협의한다는 단계적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포기가 합의의 전제 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핵 문제는 추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지금은 종전 합의부터 먼저 이루자는 순서를 주장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 동결 기간을 둘러싼 줄다리기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최소 20년 동결을 요구하고 있고, 이란은 5년 이상은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중재안으로 12년, 15년 등의 절충안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단기간 내 합의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AD

이란 내부에서는 강경파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미국이 협상 진행 중에 기습적으로 전쟁을 개시해 이란 최고 지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전력을 들며 대미 불신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형식적인 종전 선언은 이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완전한 종전 협정 체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봉쇄 작전 참여를 계속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군함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유조선 구출 작전에 참여하라는 압력을 가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이 각자의 봉쇄선을 유지한 채 서로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를 겨루는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16일의 사투 끝에 귀환하는 제럴드 포드함의 항적은 현재 중동 정세의 복잡성과 그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최장기간 작전 신기록 세운 美 항모, 중동 떠난 이유[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