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익·상법 개정·주주환원 복합 작용 결과" 분석
"시장 앞서가는데 정책 통계는 후행" 지적
"2026년 수정전망, 세수·예산의 분기점"…재정 추계 시험대 전망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은 코스피가 7500선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지수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우리의 눈금이 낡은 건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1만이라는 숫자 역시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현실화 가능한 경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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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글로벌 지정학 불안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코스피는 7500포인트를 기록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김 실장은 최근 증시 상승세의 배경으로 수출과 무역수지, 반도체 이익 전망, 국내총생산(GDP) 통계, 세수 구조 변화를 함께 짚었다. 그는 "올해 1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는 1.7%로 한국은행 전망치 0.9%의 거의 두 배"라며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했고, 반도체만 따지면 173%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하나도 평범한 경기 순환에서 나오는 숫자가 아니다"라며 "적어도 지금 시장은 기존 경기순환의 눈금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을 상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 실장은 특히 코스피 상승의 핵심 근거로 기업 이익 증가를 들었다. 그는 "주가는 결국 이익의 함수"라며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은 반도체 혹한기였던 2023년 122조원에서 2024년 195조원으로 60% 뛰었고, 2025년에는 245조원으로 또 25%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숫자들을 놓고 보면 코스피 7500이 왜 지금 여기 있는지 산술적으로 납득이 간다"며 "이익 전망을 믿는다면 1만이라는 숫자 역시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현실화 가능한 경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했다.


다만 김 실장은 이번 증시 랠리를 반도체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코스피 랠리를 반도체 하나로만 설명하는 건 과도한 단순화"라며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이 현실화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이 일부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구체적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소액주주 권한 강화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이익이 아무리 커도 지배구조 불신이 있으면 주가는 할인된다"며 "그 할인이 걷히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외국인 자금 유입, 원화 강세 기대, 주주환원 문화 확산까지 여러 힘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며 "반도체는 이 모든 흐름의 트리거였지, 전부는 아니다"고 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과 이에 후행하는 정책 시스템 사이의 시간차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은 이미 이 변화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거시경제 통계와 정책 시스템은 그것을 실시간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GDP 통계가 현실 변화를 늦게 반영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실장은 "HBM처럼 성능·집적도·전력효율이 동시에 개선되는 제품은 가격 상승과 실질 생산 증가를 분리해 측정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며 "명목 기준에서는 역사적 규모의 영업이익이 나타나는데, 실질 GDP는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이는 괴리가 생기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지금 국면에서 현실을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건 무역수지, 수출 데이터, 기업 영업이익"이라며 "시장은 이미 그 숫자를 보고 움직이고 있는데, 정책은 확인된 GDP와 확정 통계를 기다리며 뒤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이 향후 재정 운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년과 2027년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뿐 아니라 고소득 반도체 인력의 소득세,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연쇄 효과까지 감안하면 역대급 초과세수가 쌓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에 나올 2026년 수정 경제전망을 '첫 번째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실장은 "그 전망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2027년 세입 추계와 예산 총량의 방향이 달라진다"며 "중요한 건 낙관이나 비관 자체가 아니라, 기존 프레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규모의 산업 변화를 정책 시스템이 얼마나 유연하게 흡수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코스피 지수가 장 초반 75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국내증시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5원 내린 1448.6원에 거래를 시작 했다. 2026.5.7 강진형 기자

코스피 지수가 장 초반 75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국내증시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5원 내린 1448.6원에 거래를 시작 했다. 2026.5.7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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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과거 반도체 사이클 당시 세입 전망이 산업 현실을 제때 따라가지 못한 경험도 거론했다. 김 실장은 "2021년과 2022년 코로나 이후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초과세수가 발생했지만, 세입 전망과 예산은 현실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며 "반대로 2023년과 2024년엔 업황이 꺾이면서 세수 부족이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세입과 예산이 실제 산업 사이클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구조"라며 "이번 사이클의 규모는 그때보다 훨씬 클 수 있고,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 오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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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지금 다시 봐야 하는 건 지수 자체가 아니라, 그 지수를 해석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며 "시장에서는 이미 새로운 숫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오래된 감각과 기준으로 그것을 이해하려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적어도 지금의 국면이 평범한 경기순환의 연장선만은 아니라는 점만큼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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