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지원하다 지속적으로 축소
제작비 큰 종합예술 특성 고려를

제1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사실상 3년째 정부 지원 없이 오는 22일 개막한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오페라 축제로 꼽히지만, 정부 지원 축소가 이어지면서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정부가 대표 공연예술축제로 육성해온 사업이다. 한때 지원 규모가 1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축제 지원 체계는 2020년 개편됐다. 기존 문화체육관광부 지정사업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 체계로 전환되면서, 예술위의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을 통한 지원 방식으로 바뀌었다. 오페라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축제 지원 규모가 점점 줄었다고 말한다. 예술위는 2024년 기존의 다년(3년) 지원 체계를 단년 공모 방식으로 전환했고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예술위 공모에서 탈락하며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올해는 축제를 주관하는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가 5억원의 지원금을 신청해 1억원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지원금 활용 방안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2년 연속 지원이 끊기며 축제 위상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공연단체 지원보다 홍보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오페라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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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한 민간오페라 단체 단장은 "양쪽의 입장이 다 이해된다"며 "어느 편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지원금이 적다 보니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원금 활용 방안에 대한 합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연합회는 지원금 반납을 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시한이 지난 뒤 지원금을 반납하면서 내년에는 아예 공모 사업에 지원할 수 없게 됐다.


정부 지원 축소는 축제 규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축제 기간 10편 안팎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지만, 올해는 소극장 작품 2편을 포함해 모두 4편만 공연된다.


정부가 대표 공연예술축제로 육성한 또 다른 사업으로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있다. 대한민국발레축제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 올해 16회째를 맞았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올해 3억90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이 역시 과거에 비해 지원금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달 대한민국발레축제 기자간담회에서는 한 민간 발레단 단장이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간 발레단은 국내 최고의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에서 대관을 잡기가 너무 어렵다. 발레축제를 통해 그나마 1년에 한 번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래서 발레축제가 너무 소중하다."


오페라 단체들 역시 오페라페스티벌 무대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와 오페라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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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성악과 기악이 결합된 종합예술이다. 주역 성악가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등 대규모 인원이 함께하는 만큼 제작비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오페라계에서는 정부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장르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도 다른 축제와의 형평성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대표 공연예술축제로 육성해온 사업의 지원 규모를 지나치게 축소한 것은 아닌지, 또 근본적으로 전체 공연예술축제 지원 예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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