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짜리 장비도 우리가 사줄게"…SK하닉에 빅테크들 '수조원대 백지수표'
인공지능 반도체 확보 전쟁이 임계치에 다다르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SK하이닉스에 사상 초유의 협력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외신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SK하이닉스에 전용 메모리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한 직접 투자와 더불어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 노광 장비 구매 자금 지원을 제안했다.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3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장비로, 메모리 미세 공정의 핵심이다.
생산라인 직접 투자·EUV 장비 대금 지원 등
메모리 품귀에 빅테크, SK하이닉스에 구애
SK하이닉스 "특정 업체 종속 우려"에 신중론
인공지능(AI) 반도체 확보 전쟁이 임계치에 다다르면서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SK하이닉스에 사상 초유의 협력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칩을 사 가는 것을 넘어 수조 원이 드는 생산 라인을 직접 지어주거나 수천억 원대 첨단 장비값을 대신 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외신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SK하이닉스에 전용 메모리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한 직접 투자와 더불어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구매 자금 지원을 제안했다.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3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장비로, 메모리 미세 공정의 핵심이다.
과거 메모리 업계에서는 구매자가 '갑'의 위치에서 가격을 후려치던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AI 붐으로 인한 '고대역폭메모리(HBM)·D램'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한 소식통은 "현재 SK하이닉스의 가용 생산 능력은 사실상 '제로(0)'"라며 "특정 고객을 위해 할당할 수 있는 여유가 전혀 없자 빅테크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직접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제안 중에는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건설 중인 대규모 팹의 1단계 공정에 대한 지분 투자나 설비 지원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파격 제안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신중 모드'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현재 현금 보유량이 풍부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특정 기업의 자금을 수혈받을 경우 향후 해당 업체에 '물량 볼모'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고객과의 계약 조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기존의 장기 계약과는 다른 다양한 접근 방식과 구조적 대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돈으로 라인을 깔면 결국 장기적으로 칩 가격을 깎아줘야 하거나, 시장 상황이 변했을 때 특정 업체에만 공급해야 하는 독점 계약에 묶일 수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수익성 극대화와 리스크 분산 사이에서 치밀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짚었다.
일각에선 이번 사안이 메모리 반도체 거래 관행이 뿌리째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메모리 산업은 가격 변동이 극심한 '사이클 산업'이었으나, 이제는 AI라는 구조적 성장세에 올라타 장기 안정 궤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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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사들과 '다년 공급 계약'을 맺으며 과거와 달리 취소가 불가능한 '구속력 있는(Binding)'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 대금의 30~40%를 미리 받는 '선급금 모델' ▲가격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두고 변동 폭을 제한하는 '가격 밴드제' 등이 새로운 계약 구조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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