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리건주립대 연구 결과
"온라인상의 낯선 관계, 외로움 증가에 영향"

편집자주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친구가 올린 사진을 보고, 짧은 영상을 공유하고, 댓글을 남깁니다. 스마트폰만 켜면 언제든 타인의 일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연결은 쉬워졌지만 점점 더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38.2%는 평소 외롭다고 응답했습니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일상적인 외로움을 느끼는 겁니다.

인스타그램. 펙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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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좌우한 건 SNS 사용 시간 아닌 연결 대상

SNS 사용을 늘린다고 해서 외로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과 SNS로 교류할수록 외로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SNS 사용 시간'이 아니라 '누구와 연결돼 있느냐'가 외로움의 핵심 변수일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연구진은 미국 성인 1500여명을 대상으로 SNS 사용 방식과 외로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미국 공중보건국 공식 학술지인 공중보건보고서에 실렸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 SNS 연구와 조금 달랐습니다. 그동안은 청소년이나 20대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30~70세 성인을 대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 미국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 역시 SNS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 공백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사 결과, 참가자 SNS 관계의 약 35%는 실제로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이런 '온라인상의 낯선 관계'가 외로움 증가와 연결돼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실제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의 SNS 교류는 결과가 조금 달랐습니다. 외로움을 뚜렷하게 줄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외로움을 악화시키지도 않았습니다.


"온라인보다 실제 관계 우선해야"

연구진은 SNS에서 타인의 관계를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점이 외로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SNS에서 타인의 인간관계를 실제보다 더 행복하고 가까워 보이는 형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일수록 관계의 실제 모습을 알기 어렵다 보니 더 쉽게 부러움이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공동 저자인 제시카 고먼 연구원은 "SNS에서는 타인의 관계가 실제보다 더 완벽해 보일 수 있다"며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의 관계일수록 이런 이상화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프리맥 교수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SNS 속 낯선 관계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리맥 교수는 "온라인 관계가 아무리 친밀하게 느껴지더라도, 실제 사람들과의 연결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외로움을 공중보건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2023년 당시 미국 공중보건국장이었던 비벡 머시는 '외로움이 흡연만큼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우울증 위험이 2배 이상 높았고, 심장질환 위험은 29%, 뇌졸중 위험은 32% 증가한다고 합니다. 고령층에서는 치매 위험 증가와도 관련성이 보고됐습니다.


SNS 애플리케이션(앱) 셋로그. 셋로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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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친구보다 진짜 친구"…폐쇄형 SNS 선택한 Z세대

최근 Z세대 사이에서는 불특정 다수와 연결되는 공개형 SNS보다 가까운 친구들끼리 소통하는 폐쇄형 SNS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SNS 애플리케이션(앱) 셋로그는 최대 12명의 친구와만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데, 정각마다 약 2초짜리 영상을 찍어 올리는 방식입니다. 편집이나 보정을 거치지 않은 꾸밈없는 일상을 공유하는 게 앱의 정체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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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SNS가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밀도 높은 관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디지털 환경에 가장 익숙한 Z세대는 관계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미 체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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