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체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아
지난해 한복 무료관람 200만명 돌파
무료 입장 기준 둘러싼 민원도 증가해
누리꾼 "한복 기준 더 명확해야"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서울 고궁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복' 차림의 고궁 무료입장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대여점 한복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특정 국가 의상과 혼재된 디자인을 보여 "국적 불명 한복 아니냐"라는 비판도 나온다.


8일 연합뉴스는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 등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제도를 국가유산청에서 운영하면서 '어디까지를 한복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관람객들의 혼선에 대해 집중조명했다.

한복을 입고 서울 관광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 인근 서촌거리를 걷고 있다. 조용준 기자

한복을 입고 서울 관광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 인근 서촌거리를 걷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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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2013년부터 한복을 착용한 관람객에게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 무료 관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대상 시설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대 궁과 종묘, 서울 헌릉·인릉·선릉·정릉·태릉·강릉·의릉, 고양 서오릉·서삼릉, 김포 장릉, 화성 융릉·건릉, 여주 영릉, 영월 장릉 등 조선왕릉이다. 제도 도입 초기 한복 착용 무료 관람객은 연간 30만~40만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궁궐 관광객 증가와 함께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복 체험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무료입장 기준은 '저고리와 치마·바지'

국가유산청은 한복 무료 관람 제도의 취지가 한복의 대중화와 생활화, 세계화에 있는 만큼 전통한복뿐 아니라 생활한복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핵심 기준은 명확하다. 저고리와 치마, 또는 저고리와 바지처럼 상의와 하의를 갖춰 입은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궁·능을 찾는 관람객 자체가 늘어난 점도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한복 착용 무료 관람은 상당히 활성화됐다"며 "젊은 층은 한복 착용을 하나의 재미와 문화 체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생활한복은 왜 안 되나요?" "여자 바지 한복은 무료입장이 안 되나요?" "철릭 원피스를 입었는데 입장을 거절당했다"는 식의 질문과 불만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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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료 관람이 가능한 한복의 가장 명확한 기준은 상의와 하의를 갖춰 입었는지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의 한복 무료 관람 가이드라인을 보면 전통한복과 생활한복 모두 인정된다. 다만 상의는 저고리, 하의는 치마나 바지를 기본으로 한다. 이에 따라 청바지에 저고리만 입거나, 한복 치마에 일반 티셔츠를 입은 경우는 무료입장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한복 소재를 사용했거나 옷깃·고름 등 일부 한복 요소가 들어갔더라도 전체 옷차림이 한복의 기본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인정받기 어렵다.


저고리는 여미는 깃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고름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매듭 방식도 제한하지 않는다. 치마는 여밈이 있는 형태와 없는 형태 모두 가능하다. 허리에서 시작하는 허리 치마도 저고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형태라면 인정될 수 있다. 바지는 사폭 바지 형태에 준하면 된다. 허리 부분이 지퍼로 마감돼 있거나 발목에 대님이 없어도 전체적으로 전통 바지의 형태를 갖췄다면 한복으로 볼 수 있다.

철릭 원피스는 왜 논란? "저고리와 치마 분리돼야"

드라마나 관광지 대여점에서 인기 있는 곤룡포, 도포, 철릭 등도 혼선이 큰 복장이다. 특히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사례는 철릭 원피스다. 철릭은 본래 조선 시대 남성들이 입던 겉옷의 한 종류다. 현대 의류 브랜드에서는 이를 여성용 원피스처럼 재해석한 철릭 원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복의 옷깃과 고름, 주름치마 형태를 갖춘 경우가 많아 관람객 입장에서는 '한복'으로 인식하기 쉽다.

한복을 입고 서울 관광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을 구경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한복을 입고 서울 관광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을 구경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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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료 관람 기준상 철릭 원피스는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국가유산청 가이드라인은 원피스형 한복에 대해 "여미는 깃의 저고리와 치마를 착용한 경우 한복으로 인정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즉 단순히 한복 풍 원피스인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저고리와 치마의 구성이 확인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한복 원단에 옷깃과 고름까지 있는데 왜 안 되느냐"라는 불만이 이어진다. 반면 당국은 한복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확장하면 무료 관람 제도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들 옷을 단독으로 입은 경우 한복 착용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곤룡포나 도포, 철릭은 기본적으로 겉옷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런 옷은 외투에 해당해 속옷 위에 외투만 입은 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반 옷 위에 곤룡포나 도포를 걸치거나, 티셔츠와 바지 위에 철릭만 입은 경우 무료입장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저승사자 복장 등 사극풍 의상도 한복의 기본 구성과 궁궐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무료 관람이 제한될 수 있다.


저고리가 조끼처럼 여밈이 없거나, 지나치게 짧아 가슴선이 드러나는 경우도 무료입장이 거부될 수 있다. 궁능유적본부는 공통 기준으로 "궁궐의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무료 관람의 핵심은 '한복 풍'이 아니라 '한복의 기본 구조'다. 옷감이나 장식보다 중요한 것은 저고리와 치마·바지의 구성, 여미는 깃, 궁궐이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품격이라고 설명한다.

남성이 치마 입어도 무료입장 가능…성별 기준은 폐지

성별에 따른 한복 착용 기준은 완화됐다. 과거에는 남성이 여성 한복을 입거나 여성이 남성 한복을 입은 경우 무료입장이 제한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침해 소지를 지적하고 개선을 권고하면서 2019년 7월부터는 다른 성별의 한복을 착용해도 무료입장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남성이 치마 한복을 입거나 여성이 바지 한복을 입어도 한복의 기본 구성과 형태를 갖췄다면 무료 관람 대상이 된다.


일부 관람객들은 현장에서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비슷한 복장인데 어떤 사람은 통과하고, 어떤 사람은 제지당했다는 사례가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한다. 특히 내국인이 입는 생활한복이나 현대식 한복에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빌리는 퓨전 한복은 상대적으로 쉽게 통과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아동한복 상점에 형형색색 한복이 진열된 모습.  강진형 기자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아동한복 상점에 형형색색 한복이 진열된 모습.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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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한복 대여업체들이 관리가 쉬운 재질을 선호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려한 디자인을 찾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어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도 "국적 불명 한복이 만연해 고민이 많다"면서도 "자칫 소상공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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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궁능유적본부는 "무료입장을 위해 한복을 입는 것이 아니라 한복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한다고 생각해달라"라며 "애초 이 제도는 한복 착용을 권장하고 제대로 입도록 유도하려는 취지인 만큼 전통적인 방식을 가급적 따라달라"라고 당부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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