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났는데 문제는 지금부터"…코스피 랠리에 깊어진 국민연금 고민
기금 규모 역대급…국내주식 비중 확대 영향
자산배분 위해 매도 필요하지만 여론 부담↑
"매도 시기 놓치면 수익률 크게 떨어질 수도"
코스피가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국민연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기금 규모를 250조원가량 불릴 정도로 수익률 호조를 누렸지만, 국내 주식 비중을 한시적으로 늘린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과도하게 불어난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추려면 수십조 원 규모의 매도 물량을 시장에 내놓아야 하지만, 정치권의 눈초리와 개인투자자들의 비판 여론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이미 17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 역대 최고 수익률 18.82%를 달성한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이 1458조원임을 감안하면 불과 넉 달 새 250조원을 불린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올해 들어서만 이미 16%를 웃도는 수익률을 거둔 배경에는 코스피 랠리가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면서 코스피 7000 돌파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렸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사실상 제한 없이 늘릴 수 있게 됐다. 실제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이미 24.5%까지 올랐다. 최근 증시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달에는 25%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기준이었다면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 14.9%에 SAA 허용범위 ±3%포인트를 더한 17.9%를 넘길 경우 기계적으로 국내 주식을 매도해야 했다. 하지만 한시적 유예 조치로 매도 압박을 늦춘 사이 국내 주식 비중은 목표 범위를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역대급 성과를 거뒀지만 국내 주식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연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인 자산배분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증시가 활황일 때 초과 비중을 줄여야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정하고, 향후 변동성 확대에도 대응할 수 있다.
국내 주식 매도를 미룰수록 국민 노후자금은 국내 증시 변동성에 더 크게 노출된다. 상승장에서는 성과가 확대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더욱이 국내 증시를 떠받쳐야 한다는 여론과 개인투자자들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이 맞물리면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산술적으로 현재 주식 비중을 25%에서 18%로 낮추면 120조원가량을 팔아치워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이 같은 부담을 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 열풍 당시 이미 국내 주식 비중을 과도하게 늘린 대가를 치른 바 있다. 당시에도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를 넓히며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확대했고, 상승장에서 제때 비중을 줄이지 못했다. 이후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증시 부진이 겹치면서 이듬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22.8%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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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내 연기금·공제회 고위 관계자는 "자산배분이라는 기본 원칙을 무시하면 결국 그 청구서를 받아볼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지 않으려면 상승장에서는 자산 비중을 조금씩 줄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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