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중심이 항암제 등 중증 질환 의약품에서 비만치료제로 옮겨가고 있다.


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는 올해 1분기 전 세계적으로 87억 달러(약 12조 68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로써 마운자로는 머크(MSD)의 간판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의약품이 됐다. 같은 기간 키트루다는 79억 달러(약 11조5182억원)의 매출에 그치며, 2023년 이후 3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라이 릴리의 또 다른 비만 치료제인 '젭바운드'의 실적까지 합산할 경우, 동일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 제품군의 1분기 전체 매출은 127억 달러(약 18조5166억원)에 달해 기존 1위였던 키트루다와의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린다.

제약바이오 시장 권력 이동…'키트루다 시대' 저물고 '비만약 천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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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각변동은 글로벌 제약 시장의 주도권이 항암제 중심에서 비만·당뇨 치료제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그간 의약품 시장은 시한부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고가의 혁신 신약들이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수백만 명의 대중을 대상으로 체중 감량을 돕고 비만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해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치료제가 시장의 중심부로 진입한 것이다.

시장의 또 다른 개척자인 노보 노디스크 역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실적을 내놓았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위고비'는 1분기 매출총이익률 85.9%라는 수익성을 달성했다. 매출 653억4900만 크로네(약 10조2362억원) 중 매출총이익은 약 561억3500만 크로네(약 8조 7946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1월 미국 시장에 전격 출시된 경구용(알약) 위고비는 기존 주사제의 불편함을 개선하며 출시 16주만에 100만명 이상의 처방 환자를 확보했다. 이는 미국 제약 시장 역사상 최단 기간 내 최다 처방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위고비 주사제는 1분기에만 182억4000만 크로네(약 2조857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경구용 제품은 초기 도입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22억6000만크로네(약 3551억원)의 실적을 보태며 폭발적인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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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과가 단기간의 유행이나 미용 목적의 수요를 넘어, 제약 산업 수익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기존의 블록버스터 항암제 모델이 소수의 환자에게 초고가로 약을 공급 이익을 내는 방식이었다면, 비만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환자에게 대량으로 공급하는 모델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강도 높은 약가 인하 압박과 일부 복제약 출시라는 악재 속에서도, 투약 편의성을 대폭 높인 알약 제형 등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실수요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만개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패러다임이 질병 극복·생명 연장 등 '생존의 시대'를 지나, 비만 치료제 등 일상 관리와 삶의질 개선 등 '생활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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