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책 대량 납본에 제동…국립중앙도서관, 거부 근거 생겼다
도서관법 개정안 국회 통과
보상금 노린 부실 출판물 차단
도서관자료심의위 심의 거쳐 납본 제외·보상금 환수 가능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단기간에 대량 제작한 이른바 '딸깍 출판물'을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국가문헌을 보존하기 위한 납본 제도가 보상금을 노린 부실 출판물의 통로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7일 국회와 출판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출판물의 무분별한 납본을 제한하는 내용의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국립중앙도서관장이 도서관자료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존 가치가 낮은 자료의 납본을 거부하거나 납본 부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납본은 국내에서 도서관자료를 발행·제작한 경우 일정 기간 안에 국립중앙도서관에 해당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제도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판매용 자료를 납본받으면 관련 법령에 따라 열람용 1부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해왔다. 문제는 생성형 AI 확산 이후 사람이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자료를 대량 생산해 납본 보상금을 받으려는 사례가 늘면서 불거졌다.
국립중앙도서관도 앞서 AI 활용 출판물 급증에 대응해 납본 대상 여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서관은 지난 2월 보도자료에서 AI를 활용한 출판물이 늘면서 납본 수집과 보상금 지급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하고, ISBN 발급 건수가 평균 이상인 출판사의 납본 자료를 더 철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당시 논란이 된 AI 출판사의 저작물은 내용 반복 등의 사유로 납본에서 제외됐다고도 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현장 판단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한 데 있다. 그동안은 AI로 만든 자료라도 형식상 출판물 요건을 갖추면 납본과 보상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로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자료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료의 보존 가치와 납본 적정성을 따진 뒤 납본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부정하게 취득한 납본 보상금을 환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AI 출판물 논란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AI 기술을 이용해 한 해 수천 권 규모의 책을 찍어내는 출판 사례가 알려지면서, 국가도서관의 보존 공간과 예산이 보존 가치가 불분명한 자료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출판계에서는 AI 활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 거의 없거나 오류와 반복이 많은 자료를 대량 생산해 공적 보상 체계에 편입시키는 행태를 걸러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개정안은 이학영·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대안으로 마련됐다. 조은희 의원은 "납본 제도는 지식자산 보존을 위한 제도이지, 보상금을 노린 편법의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AI 출판물이 더 빠르게 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편법을 방지하고 성실한 출판과 연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AI 출판물의 판별 기준과 심의 방식은 후속 과제로 남았다.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료를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인간 저자의 기획·편집·검증이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 자료의 정보성과 보존 가치가 있는지 등을 따지는 구체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 안 사두면 더 오른다" 한국 추월한 북한…전...
출판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이 AI 출판을 금지하는 장치가 아니라, 납본 보상제도의 허점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