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창 덕산지구 도시개발 계획 변경 ‘의혹' 증폭
임야 제척 후 인근 토지 강제 편입
당초 계획 없던 주민들만 '날벼락’
일부 주민들 불공정 행정에 분노
"해제구역 혜택, 편입구역은 피해"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에서 추진 중인 덕산(백양)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싸고, 개발 계획 변경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초 개발구역에 포함됐던 임야가 '식생 보존 3등급'이라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제척되고, 원래 계획에 없던 인근 토지가 새로운 개발구역으로 강제 편입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는 사업이 진행되는 내내 사실상 묻혀왔다.
주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개발 계획이 바뀌면서 일부는 피해를 보고, 제척된 구역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불공정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8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고창군(당시 유기상 군수)과 전북개발공사는 2020년 12월 업무협약을 맺고 고창읍 덕산리 일원 15만3,033㎡ 규모의 덕산(백양)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466억 원을 투입해 아파트 1,256세대와 단독주택 20여 세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개발 계획이 뒤집혔다. 전북개발공사 측은 개발제한구역 안에 있던 백양마을 옆 야산이 환경성 조사에서 '식생 보존 3등급'으로 조사됐고, 지구 지정을 위한 전략환경평가 매뉴얼에 따라 해당 구역을 제척하거나 원형지 보존 또는 최소 개발로 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원형지 보존 또는 최소 개발을 하게 되면 흙도 사용할 수 없고 가용지가 줄어 사업 타당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됐으며, 기존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환경청과의 협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는 설명도 내놨다.
그 결과 해당 임야 구역은 개발구역에서 빠졌고, 이어 당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근 토지들로 채워졌다. 아무런 예고 없이 개발구역으로 편입된 신규 토지 소유자들만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피해 주민들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는 것은 '식생 보존 3등급'이라는 제척 근거 자체다. 피해 주민 A씨는 "개발지구로 편입되면서 내가 본 피해액은 10억 원이 넘을 것"이라며 "주민들과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개발계획안이 변경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전국 어느 개발 계획지구에서 식생 보존 3등급이라는 이유로 개발구역에서 제외된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의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통상적으로 국토환경평가지도 등급에 따르면 3등급 이하는 이미 개발됐거나 보존 가치가 낮아 환경적으로 전면적인 개발이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생 보존 3등급은 '개발 또는 이용의 대상'으로 분류돼 개발 인허가가 전면적으로 제한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충분한 저감방안'이 수립되면 환경청과의 협의도 가능하다고 안내되고 있다. 즉 절차를 밟으면 개발이 가능한 등급임에도 고창군과 전북개발공사는 어떠한 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개발 계획을 변경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A씨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에도 환경 공간정보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조회만 해봐도 식생 보존 지역인지 알 수 있는데,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후에 식생 보존 등급이어서 제척해야 했다는 논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알 수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022년 1월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신규 편입 토지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자신들의 토지 바로 옆에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지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개발제한구역 지정 발표 후 채 1년도 안 돼 토지주 의사도 묻지 않은 채 갑자기 개발예정구역으로 편입시켜 수용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개인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이었다.
주민들은 개발 면적을 축소하고 기존 구역 안에서 사업을 진행하되, 제척된 야산을 최소 개발로 공원화해 백양마을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공익성도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런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북개발공사는 당시 주민들의 요구대로 개발 규모를 축소하면 사업 타당성이 나오지 않아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고창군이 도시개발구역 지정제안서를 수용한 만큼 현재 안을 토대로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주민들의 분노가 특히 큰 이유는 계획 변경이 낳은 불공정한 결과 때문이다. 개발구역에서 제척된 임야는 개발에 따른 각종 규제와 수용에서 벗어나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반면 새로 편입된 구역의 주민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됐다.
A씨는 "개발 계획이 변경된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고, 고스란히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데 개발지구에서 해제된 곳은 큰 혜택을 보는 불공정한 일이 버젓이 벌어진 것에 대해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고창군은 계획 변경에 대해 구역 경계와 군 계획시설·현황도로의 선형 불일치, 양호한 수림 저촉, 구역 외 난개발 우려,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 우려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환경부 지침에 따라 양호한 수림을 구역에서 제척하고, 난개발 방지 및 재해 안전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논란 속에서도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2년여 지연됐지만 결국 강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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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전라북도로부터 '고창 덕산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고시'가 완료됐고, 같은 해 12월 토목공사에 들어갔다. 전북개발공사는 올해 4월 30일 조경·전기공사를 본격 착공하며 2027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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