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에너지산업]①국산화 현주소 점검
어업 민원·환경평가·규제 삼중고…해상풍력 지지부진
AI發 전력 폭증…날씨 변수 없는 수력·양수가 대안 급부상
일본·유럽 소수 기업 독점… 중국·인도는 이미 추격 중

해상 풍력 발전은 한때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발전원으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대규모 어업 피해를 우려한 어업인의 집단 민원, 환경영향평가 지연, 입지 규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국내 해상 풍력 보급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재생에너지 전환의 또 다른 축으로 기대를 모으는 수력·양수발전마저 기술 자립에 실패한다면, 에너지 안보의 공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10년간 3조원을 웃도는 수력설비 시장 도래를 앞두고, 국산화의 현주소와 과제를 3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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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풍력 발전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한때 탄소중립 전환의 핵심 카드로 주목받던 해상 풍력은 어업인의 집단 민원, 환경영향평가 지연, 입지 규제 강화 등 삼중고에 빠지면서 사실상 정체 상태에 놓였다. 일부 사업은 수년째 인허가 병목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업계의 시선은 수력·양수발전으로 다시 쏠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계통 안정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해상 풍력이 막히는 동안이라도 수력·양수가 제 속도를 내줘야 에너지 전환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절박감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수력발전은 하천·호수의 낙차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기저 발전원이다. 양수발전은 심야 잉여 전력을 활용해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린 뒤, 수요 피크 시간대에 방류해 전기를 생산하는' 대용량 배터리' 역할을 한다. 두 설비는 동일한 수차(Hydro Turbine) 기술에 기반하며 설계·제작·운영 관점에서 공통 기술 플랫폼을 공유한다.


태양광·풍력 같은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양수발전의 계통 안정화 기능은 더욱 중요해진다. 태양광은 구름 한 점에, 풍력은 바람 한 줄기에 출력이 흔들린다. 이런 불안정성을 완충할 수 있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 수단 가운데 현재 기술적·경제적으로 가장 현실성 있는 것이 양수발전이다.


AI 데이터센터의 급증은 전력 수요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 수요 예측 모델의 전제가 무너지는 수준으로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중이다. 예측할 수 있고 안정적인 청정 전력원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유다.


수력·양수발전은 이런 수요에 정확히 부응한다. 날씨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 출력, 빠른 기동 능력, 장기간 운영으로 검증된 기술 신뢰성은 AI 인프라가 요구하는 전력 품질에 적합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중대형 수력 및 양수발전 설비 37기를, 한국수자원공사가 20기를 운영 중이며 전국 215기의 소수력도 가동되고 있다.


문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설비의 원천기술이 여전히 해외에 있다는 점이다. 국내 수력·양수 설비 모두 1970년대 건설 당시부터 해외 기술에 의존해 왔다. 글로벌 공급 시장은 일본의 도시바·히타치-미쓰비시·후지전기, 유럽의 안드리츠(오스트리아)·보이스(독일)·알스톰(프랑스) 등 소수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가 풍부한 자국 수력 시장을 발판 삼아 빠르게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국가 보조금을 앞세운 저가 공세로 해외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어, 대응이 늦어질수록 국내 기업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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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국내 시장 공백"…수력·양수발전 기술 자립화 서둘러야 원본보기 아이콘

국내 대표적 수력발전 기술을 보유한 신한정공 황영호 대표는" 수력 설비 관련 기술은 이미 100년을 훌쩍 넘어선 오래된 기술로, 선두주자와의 기술 격차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술의 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인도나 중국과 같이 자연적으로 무한 시장이 확보되거나 설비를 운용하는 발전사업자가 기술 트리 구축 의지를 갖추고 전략적으로 기술 확보를 유도해야 관련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호남취재본부 노정훈 hun733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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