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쌓일수록 지식 융합 능력은 향상…'파괴적 혁신'은 감소 경향

경험 많은 과학자는 왜 점점 보수적으로 변할까.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Science에 과학자의 경력이 길어질수록 기존 지식을 융합하는 능력은 향상되지만,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성향은 약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중국 난징사범대와 미국 산타페연구소,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1960년부터 2020년까지 논문을 발표한 전 세계 과학자 1250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경향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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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과학자들이 얼마나 오래된 논문을 인용하는지, 새로운 연구를 얼마나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지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력이 오래될수록 과거 문헌과 기존 이론에 의존하는 '노스탤지어 효과'가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젊은 연구자들은 기존 질서를 뒤집는 새로운 연구를 내놓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단순히 "나이 든 과학자는 혁신을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경험이 축적될수록 다양한 지식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능력은 오히려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연구자는 파괴적 혁신 연구에 강하고, 시니어 연구자는 기존 지식을 연결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결론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며 "경력 단계에 맞는 연구 지원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연구 해석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후기 경력 연구자의 보수성이 실제 노화 때문인지, 파괴적 혁신 성향 연구자들이 일찍 학계를 떠난 결과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며 "정년제나 청년 우대 정책으로 단순 연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연구 환경에 대한 시사점도 제기됐다. 정초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정답을 찾는 교육에서 벗어나 질문을 설계하고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 문화가 필요하다"며 "젊은 연구자의 탐색과 시니어 연구자의 검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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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디지털융합비즈니스대학원·사이버감성연구소 교수는 "중요한 것은 세대 간 대립이 아니라 역할의 재설계"라며 "시니어 연구자는 새로운 질문을 막는 사람이 아니라 더 큰 학문장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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