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한 방울로 HIV 조기 포착"…고려대, AI 기반 초고감도 진단기술 개발[과학을읽다]
기존 신속키트보다 최대 8일 빠른 초기 감염 진단 가능
나노기술·스마트폰 AI 결합…"아프리카 등 의료 취약지 활용 기대"
기존 신속진단키트로는 놓치기 쉬웠던 초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침 한 방울'만으로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나노기술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혈액보다 항체 농도가 훨씬 낮은 구강액(침)에서도 감염 초기 신호를 검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BE-Nanotrap 기반 타액 내 HIV-1 항체 특이적 전처리 모듈과 스마트폰 앱 AI 기반 LFA 융합 플랫폼(BE-SMART-HIV)을 개발하고, COVID-19 LFA 대규모 학습데이터 전이학습을 통해 HIV 진단 정확도를 향상. 연구팀 제공
고려대학교는 이정훈 KU-KIST 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구강액 기반 초고감도 HIV 진단 플랫폼 'BE-SMART-HIV'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HIV는 감염 초기 전파력이 가장 강하지만, 이 시기에는 체내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기존 혈액 기반 신속진단키트로는 검출이 쉽지 않았다. 특히 침을 활용한 방식은 혈액보다 항체 농도가 약 1000배 낮고 단백질 분해효소 영향도 커 현장 진단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공학적 농축(BE) 나노트랩과 AI 기반 판독 시스템(SMART)을 결합했다. 나노트랩은 HIV 항체 같은 고분자 물질만 선택적으로 포획·농축하고, 불필요한 저분자 물질은 제거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진단 키트에 침을 떨어뜨리면 HIV 항체 신호가 약 20배 증폭돼 감염 초기 단계에서도 검출이 가능해진다. 별도 전원 없이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형 장치라는 점도 특징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기반 AI 판독 기술도 적용됐다. HIV 진단키트는 코로나19 진단키트처럼 붉은 검사선 농도를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인데 초기 감염 단계에서는 선이 희미해 육안 판별이 쉽지 않다.
연구팀은 기존 코로나19 진단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한 전이학습 기법으로 AI가 미세한 색 농도 차이를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진단 키트 사진을 촬영해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그 결과 적은 양의 HIV 데이터만으로도 98.6%의 진단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는 일반인 판독 정확도(67.1%)와 임상 전문가 판독 정확도(78.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기존 신속진단키트보다 최대 8일 빠르게 초기 항체 출현을 포착했고, 정밀 혈액검사에서만 확인되던 초기 면역 반응 패턴까지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이정훈 고려대 KU-KIST융합대학원 교수(교신저자), 박정수 고려대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제1저자), 이승민 고려대 KU-KIST융합대학원 박사후연구원(제1저자). 고려대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단순히 진단 민감도를 높인 것을 넘어 기존에는 정밀 진단에 부적합하다고 여겨졌던 구강액을 고정밀 진단 시료로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축 모듈과 검출 모듈이 분리된 구조여서 향후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등 다양한 감염병 진단 플랫폼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교수는 "상용 진단키트와 스마트폰만으로도 고감도 HIV 분석이 가능하다"며 "아프리카 등 의료 취약지에서 조기 진단과 대규모 감염 스크리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성 짐 싸자 기다렸다는 듯…"우리가 잘해서 퇴출...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바이오·AI 진단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에 지난달 16일 게재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