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업체, 165건 입찰서 낙찰 예정자·투찰가 사전 합의
농협 직거래 방해하고 ‘경유 매출’로 콩고물 공유

국내 물류 현장의 필수 자재인 플라스틱 파렛트 시장에서 약 7년간 조직적으로 담합을 벌여온 제조·판매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경쟁을 피하기 위해 낙찰자를 미리 정해놓는 것은 물론, 담합에 협조한 업체들에 수익을 나눠주는 '경유 매출'이라는 기발한 수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판에선 우리끼리 다 해먹자"…7년 '파렛트 담합'에 117억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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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18개 플라스틱 파렛트 제조·판매업체들이 2017년 9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실시된 총 165건의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 등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7억37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엔피씨 27억8100만 원, 골드라인파렛텍 26억900만원, 한국프라스틱 20억3800만원 순 등으로 높게 책정됐다. 담합 관련 매출액은 약 3692억원에 달한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은 롯데케미칼, 에쓰-오일, 현대글로비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실시한 파렛트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업체, 투찰 가격을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전화 통화는 물론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가 담합의 도구로 쓰였다.

들러리 업체들은 미리 합의된 가격으로 투찰해 낙찰 예정자의 당선을 도왔고, 낙찰자는 그 대가로 담합 수익 일부를 나누며 공생 관계를 유지했다.


이들의 담합은 입찰에만 그치지 않았다. 5개 파렛트 업체는 농협경제지주와의 거래에서 특정 업체가 단독 납품할 수 있도록 돕고, 단위농협이 직접 구매(직매입)를 문의하면 일부러 높은 견적가를 제시해 농협 중앙 통로로만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이들은 합의 이탈을 막기 위해 '경유 매출'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활용했다. 최종 납품자와 생산자를 정한 뒤, 나머지 가담자들이 중간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제품을 사고파는 허위 경로를 만들어 약 3% 내외의 마진을 나눠 가진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국내 파렛트 업계의 담합을 제재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장기간 광범위하게 진행된 담합이 파렛트 가격 인상을 초래했고, 결국 제조업체들의 물류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켰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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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기업에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시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적발 시 엄정하게 대응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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