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개혁 컨퍼런스'
고영선 원장 "현 교육체제로 시대변화 대응할 수 없어
이해관계자 참여 통로 확대해 당사자 설득 필요"

"현장에서 교육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실행은 없고 논의만 반복되기 때문이다."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슈벨트홀에서 열린 '교육개혁 컨퍼런스'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수첩을 만들어서 현장에 뿌리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우리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하는지,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해결하고 설계해나가는 능력이 지금 정부에게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이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슈벨트홀에서 열린 '교육개혁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이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슈벨트홀에서 열린 '교육개혁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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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 원장은 인공지능(AI) 시대 교육은 더 이상 '정답 맞히기' 중심이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소수 엘리트 선별',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고 원장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는 획일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시스템보다 현장성과 분권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양한 교육 시도가 현장에서 이뤄지고 성공 사례를 확산하는 유연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교육이 여전히 '선별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가 교육과정은 오래전부터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를 강조해왔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지필고사와 상대평가 중심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고 원장은 수행평가 역시 학생 간 변별에 치우치면서 피드백과 성장의 기능이 약화됐다고 했다. 특히, 상대평가 중심 경쟁이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고 원장은 "우리나라 청소년 행복도와 자살률 문제 역시 교육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며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성장 중심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교육청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도 문제로 꼽았다. 현장 자율성이 부족한 탓에 교사 행정 부담이 커지고 교권 침해나 학교폭력 문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와 교육청은 현장을 통제하는 마이크로 매니저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을 설계하는 '시스템 디자이너'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교육을 변화시키려면 무엇보다 '실행'이 중요하지만, 논의만 반복할 뿐 정작 개혁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원장은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우려되면 논의를 중단하는 분위기 ▲이해관계자들 간 조정의 어려움 ▲문제 원인에 대해 충분하지 못한 이해 등이 교육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절대평가 도입의 경우 상대평가가 '교실 내 경쟁 심화, 공정성에 대한 집착 유발' 등의 문제를 낳는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정작 논의를 시작하면 "절대평가는 성적 부풀리기를 낳는다"는 우려와 반발에 부딪혀 결국 기존대로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다는 설명이다.


수능의 영향력 축소와 관련해서는 '난도가 높아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난도를 낮추자"는 방향으로 논의하다가도, '변별력 하락''대학 선발권 확대 시 본고사 부활 우려'에 다시 '고난도 문항'을 유지하게 된다고 봤다.


고영선 "부작용 우려돼 중단 반복되는 '교육개혁', 필요하면 추진해야" 원본보기 아이콘

고 원장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논의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부작용이 있더라도 꼭 필요한 것이면 추진하고 보완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현재의 교육체제로는 시대변화에 대응할 수 없으며 아이들의 고통을 줄여줄 수 없음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개혁 논의에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폭넓은 이해관계자의 참여 통로를 확대해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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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원장은 "한국교육개발원을 포함한 모든 교육계가 본인들의 책임을 더 많이 자각하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서로 소통하는 데서부터 교육개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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