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범행 20대 “사는 게 재미없어” 진술에 분노와 허탈
경찰, 사이코패스 검사·신상공개 검토…프로파일러 투입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던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사건 현장 앞에는 흰 국화와 노란 리본이 조용히 늘어서 있었다. 지난 5일 새벽, 귀가하던 10대 여학생이 흉기에 찔려 숨진 인도 옆에는 시민들이 두고 간 음료와 과자, 손편지가 놓였다. 누군가는 한참 동안 꽃다발 앞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떨궜고,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늦춘 채 현장을 바라봤다.


노란 리본에는 "미안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같은 짧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학생들과 주민들의 통행이 잦은 대학가 인근 보행로는 이틀째 추모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사건 현장에 한 시민이 국화꽃을 내려놓으며 희생된 여고생을 추모하고 있다. 송보현 기자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사건 현장에 한 시민이 국화꽃을 내려놓으며 희생된 여고생을 추모하고 있다. 송보현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첨단지구에 거주한다는 조영선(28)씨도 국화꽃을 내려놓고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조씨는 "뉴스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찾았다"며 "꽃다운 나이에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떠난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주민도 "평소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길인데 이런 일이 생겨 충격이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석웅 광주 광산구 부구청장은 "사회 일원으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사건 현장 주변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다. 송보현 기자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사건 현장 주변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다. 송보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경찰에 붙잡힌 장모씨(24)는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인도에서 귀가 중이던 고교 2학년 A양(17)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양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또 다른 고교생 B군(17)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도 받는다. 다행히 B군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장씨는 조사에서 불특정 행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장씨가 범행 이틀 전부터 주방용 칼 2점을 소지한 채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1점은 실제 범행에 사용됐고, 나머지 1점은 포장이 뜯기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A양의 사인이 '경부 자창'이라는 1차 소견이 나왔다. 날카로운 도구에 목 부위를 찔려 숨졌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조사에서 장씨는 "사는 게 재미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 사건 모방 여부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후에는 무인 빨래방에서 혈흔이 묻은 옷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쉬려고 빨래방에 들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D

경찰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장씨가 특별한 동기 없이 일면식 없는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발부 이후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진행한다. 또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고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신상 공개 심의위원회 구성 절차에도 착수한 상태다.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사건 현장 인도 옆에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음료, 손편지 등이 놓여 있다. 송보현 기자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사건 현장 인도 옆에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음료, 손편지 등이 놓여 있다. 송보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현재까지 조사 결과 장씨는 범행 당시 음주나 약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나 가정환경 등에서도 직접적인 범행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