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도성회 휴게소 운영 감사결과 발표
탈세의혹 세무조사 의뢰…사업 부실관리 징계 요구

한국도로공사의 퇴직자단체가 비영리법인임에도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수익금을 배당받아 절반 가까이 회원 경조금으로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비영리법인에 적용되는 비과세 혜택을 악용한 탈세다. 휴게소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비위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부터 도로공사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속도로 휴게시설 운영 적정성 감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1984년 설립된 도로공사 퇴직자단체 도성회는 1986년 100% 출자 방식으로 휴게시설 운영 자회사 H&DE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8억8700만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도성회에 줬다. 이 가운데 생일축하금이나 축조의금, 기념품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3억9288만원 정도 된다. 배당금의 44% 정도를 경조금으로 썼다는 얘기다.

도성회는 도공 퇴직자가 납부한 회비는 전액 예금으로 적립하고 자회사 배당금을 회원에게 나눠줬다. 비영리법인은 수익활동 자체는 할 수 있지만 구성원에게 나눠주면 안 된다. 분배된 수익금의 경우 법인세 등 과세 대상 소득에 포함해 신고해야 하지만 도성회 측은 이를 비영리법인의 고유 목적사업에 쓴 것으로 해 과세 대상 소득에서 탈루하는 등 비과세 혜택을 악용해 탈세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휴게소 알뜰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이 주유소는 도공 퇴직자단체인 도성회의 100% 자회사 H&DE가 운영하는 곳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휴게소 알뜰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이 주유소는 도공 퇴직자단체인 도성회의 100% 자회사 H&DE가 운영하는 곳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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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 대표를 포함한 임원 4명을 도성회 회원으로 구성하는 한편 도성회 사무총장을 H&DE 비상임이사 등으로 겸직하도록 했다. 사무총장은 각종 자리를 겸직하면서 급여로 연간 4000여만원을 받았다. 단독 주주로 수익금을 셀프배당하는 한편 휴게시설 운영권에 관한 주요 의사를 모두 결정했다. 국토부는 "비영리법인 제도 취지에 반해 휴게소를 운영하면서 자회사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휴게소 운영이라는 영리사업에 치중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가 지난해 혼합민자방식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 측은 지난해 선산휴게소(창원방향) 등 오래된 휴게소 4곳을 민간 공사비를 투자받아 리모델링한 후 15년간 운영하도록 하는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휴게시설 내 휴게소와 주유소 운영사가 다를 경우 일원화하도록 했는데, H&DE의 자회사인 더웨이유통이 운영하던 주유소를 H&DE가 운영토록 했다.

도로공사는 그간 휴게시설 임대운영권 입찰 때 같은 기업집단을 한 곳으로 여겨 중복입찰을 막아왔는데 이 과정에서는 같은 기업집단 계열사를 별개 기업으로 인정해 줬다. 이로 인해 더웨이유통이 주유소 운영권을 모회사로 넘기면서 다른 주유소 운영권을 대체로 받았다. 공기업 계약사무규칙에 따라 재정경제부 장관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울러 운영권 입찰 과정에서 도공이 관련 정보를 도성회 측에 유출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 밖에 시범사업자 선정 후 투자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 점도 잘못이라고 국토부는 판단했다. 공사비 검토나 공사 진행 상황 관리 등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5년 서창방향 문막휴게소를 직영방식으로 전환하면서 H&DE에게 편의점 등을 입찰 없이 6년 6개월간 임시로 운영하게 해준 점도 적발됐다.

올해 1월 선산(창원, 양평방향)휴게소 혼합민자 시범사업 건설공사 현황. 공사비 검토 등 사전조치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올해 1월 선산(창원, 양평방향)휴게소 혼합민자 시범사업 건설공사 현황. 공사비 검토 등 사전조치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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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비영리단체 자회사를 통해 거둔 수익을 회원에게 나눠주는 걸 하지 못하도록 정관 개정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세무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혼합민자 시범사업을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운영권 입찰 과정에서 포착한 특혜계약이나 입찰정보 유출 등 비위의혹은 수사 의뢰키로 했다. 최근 의혹이 제기된 납품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행위 전수조사를 하고 있으며 휴게소 운영사 관리실태도 점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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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도공과 퇴직자, 휴게소 운영사 간에 수 십년간 고착화된 카르텔을 일소하고 고속도로 휴게소를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첫걸음으로 휴게시설 운영구조 개혁 작업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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