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가격 신호 왜곡…무차별적 재정 경계해야”-브뤼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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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8일부터 석유제품에 대해 5차 최고가격제를 시행키로 한 가운데, 최고가격제나 유류세 인하와 같은 무차별적 재정 대응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해 휘발유나 경유 가격을 시장 가격보다 낮게 유지할 경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가격 신호를 흐리게 해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전기차 등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 싱크탱크인 브뤼겔연구소는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유럽의 에너지 쇼크에 대한 재정정책 균열(The fiscal fault lines of Europe’s energy shock)’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혼란은 유럽의 화석연료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번 새로운 에너지 위기로 전쟁 발발 이후 유럽 전역의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각각 평균 26%, 12% 급등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주요 벤치마크인 TTF는 다시 변동성의 파고를 맞았다.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메가와트시(MWh)당 30유로에서 60유로로 두 배 뛰었다가, 이후 MWh당 40유로 안팎에서 안정됐다.

브뤼겔연구소의 ‘2026년 유럽 에너지 위기 재정 대응 추적기’에 따르면, 유럽 각국 정부는 지금까지 가계와 기업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10억유로 이상의 재정 조치를 약속했다. 절대 금액 기준으로는 스페인과 독일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그리스, 스페인, 불가리아, 아일랜드의 지원 규모가 가장 컸다.


그러나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를 비롯한 많은 국가의 개입은 지금까지 유류세 인하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런 조치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가격 신호를 흐릴 위험이 있으며, 결국 공급이 부족한 시기에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무차별적인 재정 대응을 경계해야 한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의 권고와도 배치된다. 각국 정부는 시장 가격 신호를 왜곡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대신 가장 취약한 계층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며 유럽의 전기화를 진전시킬 투자를 뒷받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은 유럽 정부 가운데 과거로부터 배운 곳이 많지 않다는 점도 보여 준다.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유류세 인하는 더 넓은 정책 조합의 한 요소에 불과했다. 예컨대 당시 독일의 대응에는 유류세 인하와 함께 가계에 대한 정액 지원금, 대중교통 승차권 보조금이 포함됐다.


이번에는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등이 보다 선별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난방비 지원을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구조적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웨덴은 가계에 전기요금 정액 보조금을 지급해 에너지 절약 유인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은 또 전기차 보조금과 정부 기관의 화석연료 소비 감축을 돕기 위한 추가 재원도 배정했다.


국가 차원의 조치 외에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4월29일 수산업, 운송, 농업 부문을 겨냥한 ‘중동 위기 한시적 국가보조 체계(METSAF)’를 채택했다. 집행위는 또 ‘청정산업딜 국가보조 체계(CISAF)’를 조정해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에너지 집약 산업의 전기요금 중 70%를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50%에서 상향한 것이다. 이들 조치는 대상이 명확하고 한시적이며 2026년 말 종료될 예정이지만, 기업들이 에너지 절약 조치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는 부족하다. 결국 재정 여력이 더 큰 국가들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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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정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에너지 위기의 여파로 압박을 받고 있다. 당시 유럽 각국 정부는 위기 대응 조치에 수천억유로를 지출했다. 중동 분쟁에서 비롯된 불확실성 속에서 유럽 정부들은 가격을 왜곡하는 감세가 아니라,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구제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충격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명한 신호로도 받아들여야 한다. 전기화의 가속화는 유럽이 더 강한 회복력을 갖추고, 변동성이 큰 글로벌 석유·가스 시장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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