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한타바이러스' 전세계 비상…"첫 감염자, 조류투어 후 탑승"
대서양 크루즈 집단감염 사태
첫 환자, 감염된 채 탑승 추정
본국 돌아간 환자들, 추적 난이도 상승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해 3명이 숨지면서 전 세계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현재 공중보건 위험은 낮다고 거듭 강조했다.
6일(현지 시각) AP·로이터통신, BBC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는 이날 의심 환자 3명을 하선시킨 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를 향해 출항했다. 선박은 지난 3일 서아프리카 카보베르데 앞바다에 정박한 상태였다.
하선한 환자들은 41세 네덜란드인, 56세 영국인, 65세 독일인으로, 구급 항공편을 통해 유럽 내 전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현재까지 크루즈선 내 감염 의심 사례는 8명이며 이 가운데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네덜란드인 부부와 독일인 승객 등 3명은 이미 숨졌다.
이 크루즈선은 지난 4월 1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항해 남극 대륙 본토와 사우스조지아섬, 나이팅게일섬 등을 거쳐 대서양을 항해 중이었다. 첫 증상은 출항 엿새째인 4월 6일 나타났다. 70세 네덜란드 남성 승객이 발열과 두통, 설사 증세를 보였고 이후 호흡곤란까지 겪다가 11일 숨졌다.
이 남성의 69세 아내 역시 상태가 악화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치료를 받던 중 26일 사망했다. 이 여성은 한타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일에는 독일 국적 승객도 선상에서 사망했다.
첫 감염자, 크루즈선 탑승 전 감염 추정
보건당국과 WHO는 첫 감염자가 크루즈선 안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한타바이러스 잠복기가 통상 1~8주에 달하는 데다, 첫 환자의 증상 발현 시점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아르헨티나 역학조사 당국자들을 인용해 사망한 네덜란드 부부가 승선 전 우수아이아에서 조류 관찰 투어를 하던 중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부부는 당시 매립지를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설치류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WHO 바이러스성 출혈열 전문가 아나이스 레강 역시 AFP에 "첫 환자는 선내나 기항지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 탑승 전 설치류 노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남아공에서 치료 중인 영국인 환자에게서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안데스 변종'이 확인됐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치료 중인 승객에게서도 같은 변종이 검출됐다.
WHO 당국자는 카보베르데·남아공·스위스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동일 변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WHO는 "코로나19나 독감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리아 밴 커코브 WHO 유행병관리국장은 "사람 간 전염은 객실 공유나 간병처럼 매우 밀접한 신체 접촉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공기로 쉽게 퍼지는 코로나19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현 단계에서 세계적인 공중보건 위험은 여전히 낮다"며 "코로나19 초기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으로 퍼진 크루즈선 승객들
그러나 각국 보건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크루즈선 승객들이 이미 여러 국가로 이동한 상태여서 접촉자 추적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두 번째 사망자인 네덜란드 여성은 세인트헬레나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민항기를 이용했다. 당시 항공기에는 승객 82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으며, 남아공 당국은 현재 이들을 추적 중이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도 이 여성이 지난달 25일 요하네스버그발 암스테르담행 항공기에 잠시 탑승했다가 건강 상태 문제로 하기 조치됐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보건당국은 예방 차원에서 당시 탑승객들과 접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던 승객 1명이 취리히 병원에 입원했고 안데스 변종 감염이 확인됐다. 영국 보건당국도 해당 크루즈선 승객 2명이 이미 영국으로 돌아온 사실을 확인하고 자가격리를 권고했다.
WHO는 현재 각국 정부와 함께 승객 및 밀접 접촉자 69명의 동선을 추적 중이다. 유럽과 아프리카 보건당국도 기항지에서 먼저 하선했던 승객들의 접촉자를 조사하고 있다.
'입항' 두고 스페인 중앙-자치정부 갈등도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나리아 제도 자치정부 간 갈등도 불거졌다. 카보베르데 정부는 공중보건 우려를 이유로 선박 입항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스페인 중앙정부는 인도주의 원칙 등을 이유로 카나리아 제도 입항을 허용했다.
그러나 페르난도 클라비호 카나리아 제도 자치정부 수반은 "충분한 정보 공유도 없이 입항이 결정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면담까지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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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선내 승객과 승무원 가운데 추가 증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크루즈선은 사흘 뒤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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