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다양한 'OO계' 라멘
발상지 계승한다는 의미
이에계·지로계 등 다양

일본 여행에서 꼭 먹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라멘이겠지요. 특히 매운맛을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이치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라멘 프랜차이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일본에는 이치란 말고도 정말 많은 종류의 라멘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도 평양냉면 가게의 본류와 분파를 따지듯, 일본도 어느 가게를 따르고 있는지 계열을 따지는데요. 한자 '계(系)'를 붙여서 'OO계' 라멘으로 부르곤 합니다. 이 계열만 구분할 줄 알아도 꽤 라멘에 해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는 일본의 유명한 라면 계열을 정리해드립니다.


"이치란만 아니? 4대 천왕 기억하세요"…'일본 라멘' 고수 되고 싶다면[日요일日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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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은 어떻게 정하게 되나

원래는 특정 유명 가게의 맛을 계승한 가게를 'OO계 라멘'이라고 부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발상지의 맛을 우리가 이어받고 있다는 것이죠. 양으로 승부하는 '지로계' 라멘은 '라멘 지로'가 발상지입니다. 라멘 지로의 방식을 이어받아 비슷한 라멘을 판매한다면 '지로계'가 되는 것이죠.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특이한 조리법이나 지역으로 구분할 때도 'OO계'를 붙이곤 합니다. 육수를 오래 끓여 거의 수프처럼 걸쭉하게 만든 라멘은 '도로계(ドロ系)'로 분류합니다. 걸쭉함을 의미하는 일본어 '도로도로(ドロドロ)'에서 왔죠. 이 밖에도 지역 특색이 강한 라멘은 '구마모토계', '홋카이도계'로 따로 붙이곤 합니다. 여기에 라멘 마니아들은 계열에 분파까지 따진다고 해요.

OO계 라멘, 4대 천왕만 기억하세요

가장 유명한 'OO계' 라멘 중 대장 격은 '이에(家系)' 계열입니다. 한자로 '집 가(家)'를 쓴 것인데, 1974년 요코하마에서 개업한 라멘집 '요시무라야(吉村家)'의 맨 뒤 한 글자만 따온 것입니다. 이곳이 발상지가 되는 것입니다.


'이에계' 라멘의 발상지 일본 요코하마 요시무라야의 라멘. 요시무라야 X.

'이에계' 라멘의 발상지 일본 요코하마 요시무라야의 라멘. 요시무라야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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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토핑으로 시금치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면발도 꽤 굵은 편입니다. 국물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닭, 돼지 뼈로 우려낸 돈코츠 육수를 씁니다. 여기에 입맛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인데요. 면을 얼마나 삶을 것인지, 육수는 진하게 할 것인지, 기름의 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돈코츠 라멘을 파는 집인데 토핑으로 시금치가 들어가고, 가게 상호의 끝이 '가(家)'로 끝난다면 이에계 라멘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라멘 지로' 미타 본점. 오전 8시 가게가 문 열기 전부터 지로계 라멘을 맛보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전진영 기자.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라멘 지로' 미타 본점. 오전 8시 가게가 문 열기 전부터 지로계 라멘을 맛보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전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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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요즘 뜨고 있는 '지로(二?)' 계열입니다. 1968년 도쿄 미나토구 미타역 인근에 개점한 '라멘 지로'가 시초인데요. 매번 지나칠 때마다 대기 행렬이 엄청난 곳입니다. 마치 점심시간을 맞은 을지로 내 순댓국집 같습니다.


이곳은 일단 엄청난 양에 놀라는 곳인데요. 기름진 돈코츠 국물에 칼국수처럼 납작한 면, 그리고 그릇이 넘치도록 담은 숙주, 양배추, 차슈가 특징입니다.


라면 티켓 발매기에서 사이즈를 결정해 결제하면 됩니다. 이후 자리에 앉고, 티켓을 점원에게 건네면 됩니다. 그러면 점원이 '마늘 넣으실 건가요?'라고 묻습니다. 이때 마늘, 야채, 기름기, 육수의 농도를 결정하면 됩니다.



웬만큼 잘 먹는다는 한국 남성분이 가도 '보통 사이즈' 한 그릇을 다 먹는 데 애를 먹고는 합니다. 그렇다 보니 옆자리 일본인 아저씨들이 한 그릇을 금방 해치우고 일어서는 것에 놀라기도 한답니다.


지로계는 마니아층이 정말 탄탄한데요. 마니아들은 본인들을 '지로리안'이라고 부르며, 이 본점의 창업자인 야마다 타쿠미씨는 '총수', '사령관'이라고 부릅니다. 심지어 지로계 라멘은 이 본점이 아니면 가지 않는 '지로계 원리주의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양이 워낙 많다 보니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격침했다', '패배했다'로 표현한다고 해요.


도쿄 이케부쿠로의 다이쇼켄에서 판매하는 쓰케멘. 다이쇼켄.

도쿄 이케부쿠로의 다이쇼켄에서 판매하는 쓰케멘. 다이쇼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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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다이쇼켄(大勝軒)'계열입니다. 도쿄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다이쇼켄이라는 라멘 가게가 발상지인데요. 라멘을 육수에 따로 찍어 먹는 쓰케멘이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원래는 직원들의 '직원식'으로 먹던 메뉴인데, 출시하자마자 인기를 끌게 됐다고 해요. 고기, 야채, 어패류 등 여러 재료를 우린 육수에 간장과 식초로 깔끔한 맛을 내고, 쫄깃하게 탄력 있는 면을 찍어 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이쇼켄계는 한 군데가 더 있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가게가 발상지가 된 케이스입니다. 에이후쿠초에 위치한 다이쇼켄에서 판매하는 라멘인데요. 말린 정어리를 우려낸 국물을 쓰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같은 가게 이름이다 보니 지명으로 계열 구분을 한다고 합니다.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간다 치에짱 라멘'의 중화소바. 타베로그.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간다 치에짱 라멘'의 중화소바. 타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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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짱(ちゃん)' 계열입니다. 가장 최근에 뜨기 시작했는데요. 진한 국물 경쟁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0년 도쿄 지요다구 간다역 고가 아래 개장한 '간다 치에짱 라멘'이 시초라고 해요.


맑은 간장 육수에 툭툭 썰어낸 차슈를 띄워낸 중화소바입니다. 담백하지만 계속 들어가는 맛이라 '궁극의 평범함'으로 평가받는 라멘입니다. 무엇보다 고물가시대 저렴한 한 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공깃밥 무한리필인 가게도 많고, 가격도 한 그릇 800~900엔대로 저렴합니다. 계열사들끼리 조합을 만들어 공동구매로 재료 납품을 받으면서 단가를 대폭 낮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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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한 그릇에도 계보가 있다니 참 재밌죠. 괜히 식문화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냉면 탐험 떠나듯, 일본 오시면 한번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최애 계열을 만날지도 모르니까요.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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