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경와인셀라]이건희 회장도 반했다…기네스북 오른 세계 최장수 가문
<40>이탈리아 '안티노리(Antinori)'
슈퍼투스칸 상징 티냐넬로…이건희 와인
'파리의 심판' 1등 와인 스택스 립 와인셀라 인수
600년 넘게 와인을 만든 가문.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 '안티노리'는 1385년 피렌체 와인 길드에 공식 등록된 이후 26대에 걸쳐 단 한 번도 가업이 끊기지 않은 최장수 와인 가문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안티노리 가문의 역사는 1180년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처음 와인을 빚기 시작하면서 출발했다. 피렌체 근교 시골의 귀족 가문이던 안티노리는 피렌체로 이주한 뒤, 1269년 피렌체 핵심 무역조합인 실크길드(Silk Guild)에 가입하며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파르게 높였다. 당시 피렌체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유럽 전역으로 확산한 '르네상스 시대' 중심지로, 메디치 가문이 통치했다. 안티노리 가문은 메디치가(家)와 교류하며 피렌체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토스카나의 바쿠스' 안티노리 와인
비단생산과 무역, 금융, 정치권으로 무대를 넓힌 안티노리 가문은 15세기까지 피렌체 인근 갈루초 지역 와인너리(르 로제 에스테이트)를 통해 연간 40배럴의 와인을 생산해 피렌체에서 판매했다. 안티노리 가문이 유럽 전역으로 와인 거래를 확대한 것은 16세기 중반부터다. 안티노리 가문은 당시 서유럽과 중유럽을 지배하던 신성로마제국의 군대가 이탈리아 남부 메시나 항구에서 와인을 압수하자, 피렌체 일대를 통치하던 토스카나의 초대 대공이던 코시모 1세 데 메디치에게 "와인 대금 회수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기록이 있다.
안티노리 가문은 토스카나 대공국에서 '브랜드 와인'으로 명성을 쌓았다. 시인이던 토스카나 대공의 공식 와인평론가인 프란체스코 레디는 희극시에서 안티노리 와인을 "토스카나의 바쿠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포도주)"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이탈리아는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은 따뜻하고 비가 내리며 여름은 덥고 건조해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춰 전국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장화처럼 좁고 긴 지형은 최북단 알프스에서 남단인 시칠리아까지 다양한 기후가 분포해 다채로운 포도 품종을 경작했다.
특히 피렌체가 있는 토스카나는 현재 '와인 성지'로 불릴 만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을 생산하는데, 1716년 토스카나 대공국이 발표한 '4개 경계 선언'이 와인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키안티와 포미노, 카르미냐노, 발 다르노 디 소프라 등 역사상 처음으로 4대 와인 생산 지역의 경계를 확정한 것이다. 이 중 가장 넓은 지역은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 '키안티'라는 지역으로, 오늘날 '키안티 클라시코'로 불리는 와인의 발상지다.
슈퍼투스칸의 상징 '티냐넬로'
안티노리 가문은 1850년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포도밭과 소규모 농장을 가족 소유지로 편입시켜 '티냐넬로 에스테이트'를 조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티냐넬로 와이너리'다.
이 와이너리는 키안티 클라시코 중심부에 있는 그레베Greve) 강과 페사(Pesa) 강 계곡 사이의 완만한 구릉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총면적은 319헥타르이며, 이 중 약 165헥타르에 포도밭이 조성됐다. 533만년 전인 플라이오세 시대의 해양 이회암으로 이루어진 석회암과 편암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란 포도나무는 생육기간 낮에는 따뜻하고, 저녁에는 서늘한 기온을 누린다.
티냐넬로 와이너리의 국제적 명성을 끌어올린 것은 1971년 탄생한 와인 '티냐넬로'다. 이탈리아 정부는 1963년 와인의 품질과 원산지를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의 'AOC 제도(Appellation d'Origine Contr?l?e, 와인 등급표)를 모방한 4단계 등급 분류 체계(등급(DOCG, DOC, IGT, VDT)를 도입했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테이블 와인(Vdt)부터 이탈리아 정부가 보증한 최고급 와인(DOCG)까지 등급이 나눠졌다. 일례로 토스카나의 끼안티 지역 와인에는 반드시 화이트 품종을 섞고 국제 품종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일부 생산자들이 이같은 와인 규정을 따르지 않고 국제 품종(카베르네소비뇽, 메를로 등)과 새로운 블렌딩 기법을 활용해 더욱 강렬하고 구조감 있는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안티노리 가문도 1961년 와인 전문가인 자코모 타스키를 고용해 와인 산지에 대한 재평가에 돌입했다. 당시 포도밭은 다른 작물과 함께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특정 구역에 포도나무를 줄지어 심었다. 또 온도 조절을 위한 양조 기술을 도입하고 다양한 용량의 오크통도 사용했다. 백포도의 조기 수확과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탱크 사용, 화이트와인 저온 발효, 저온 무균 병입 등을 시도한 것도 이 시기였다.
안티노리 가문의 사돈이던 게라데스카가 1968년 토스카나 볼게리 지역에서 선보인 와인 '사시까이아'가 프랑스 보르도의 최고등급 와인에 비견되는 품질과 가격으로 해외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탈리아 와인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른바 '슈퍼투스칸(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전통 규정을 넘어 카베르네 소비뇽 등 국제 품종과 혼합해 만든 와인)'이다.
티냐넬로는 '슈퍼투스칸의 상징'으로 불린다. 첫번째 빈티지는 2만병이 생산됐는데, 이후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와 프랑스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했다. 산지오베제 특유의 산미가 입안 전체에 퍼지면서 산뜻한 맛을 선사했다. 묵직한 오크의 향도 느낄 수 있어 완벽한 균형을 이룬 맛이었다. 티냐넬로는 프렌치 오크와 소량의 헝가리 오크에서 약 13개월 숙성, 12개월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된다.
티냐넬로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4년 추석에 주요 계열사 임원과 지인들에게 직접 선물한 와인으로 유명해졌다.
산지오베제의 함량이 높았던 티냐넬로와 달리 카베르네 소비뇽 70%, 산지오베제 15%, 카베르네 프랑 15%로 구성된 '솔라이아'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탈리아 와인 최초로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1위를 차지한 솔라이아는 안티노리 가문이 "이탈리아 와인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었다. 자두와 체리 등 달콤한 향을 기본으로 민트와 라벤더 등 꽃향기도 함께 느껴지며, 장기 숙성형 와인답게 부드럽고 섬세한 타닌이 또렷하게 느껴지면서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파리의 심판 와인 ' 스택스 립 와인셀라' 인수
안티노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움브리아, 프리울리를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 칠레, 헝가리 등 세계 각지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단독 소유주가 됐다. 스택스 립 와인셀라는 1976년 와인 전문가들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인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최고 보르도를 꺾은 전설적인 와이너리다. 안티노리는 2008년부터 지분을 투자했으며 지난해 완전히 인수하며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프리미엄 와인 대열에 합류했다.
스택스 립 와인셀라의 아르테미스는 복합적인 토양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을 18개월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하는데, 블랙 체리와 자두 등 농밀한 과실 향에 뒷맛에서 다크 초콜릿의 풍미가 인상적인 와인이다.
현재 안티노리는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의 세 딸이 경영에 참여해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1980년대에 가업에 합류한 비에라, 알레그라, 알레시아 등 세 딸은 전통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안티노리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값비싼 프리미엄 와인부터 대중적인 와인까지 다양한 라인업으로 이뤄졌다.
안티노리 가문이 화이트 와인에서도 최정상을 증명한 '체르바로 델라 살라 샤르도네'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미식 가이드인 감베로 로쏘에서 최고 등급인 '3Glass'를 16회 이상 수상한 와인이다. 샤르도네는 오크통 스타일인 '바리크'에서 발효·숙성하고 그레케토는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별도 발효 후 블렌딩 되는데, 2024 빈티지는 시트러스 과실향과 복숭아 등이 중심을 잡아주고 달콤하면서도 스파이시한 향의 바닐라 풍미가 어우러지면서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이탈리아 국민 와인으로 불리는 '산타크리스티나 비앙코'는 산뜻하고 신선한 맛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부드러운 감촉과 신맛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면서 기분 좋은 목 넘김을 느낄 수 있었다. 산타크리스티나는 안티노리에서 1946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해 세계 와인 업계에서 와인 양조의 모범으로 꼽힌다. 산타크리스티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해 오크통에서 발효한 맛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제격인 와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동일한 가격대에서 마켓 리더로 일컬어지며 초보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즐겨 마시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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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노리 와인을 독점 수입하고 있는 아영FBC 관계자는 "안티노리는 수년간 전략적인 와이너리 인수를 통해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 중"이라며 "(안티노리는) 전통적인 슈퍼투스칸부터 현대적인 나파밸리 와인까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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