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w]배달 못 시키는 날: 근로자 추정제가 남길 것들
'일거리'를 '일자리'로 전환 움직임
플랫폼 종사자는 프리랜서와 비슷
일반 고용으로 바뀌면 유연성 상실
배달비 상승 특정지역 서비스 축소
한국 사회는 지금 '일거리'를 '일자리'로 전환하려는 정부와 노동계의 움직임 속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변화는 특히 플랫폼 노동 영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종사자들은 전통적 의미의 근로자라기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일을 선택하는 독립적 프리랜서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프리랜서 및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서 이들에게 퇴직금, 최저임금, 사회보험, 단체교섭권 등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다.
배달 일거리는 타 직종 대비 사고 위험과 소득 불안정성과의 연관성이 있기에 최소한의 안전망과 규율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보호가 플랫폼 노동의 본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기존 정규직 노동의 틀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추진될 때다. 플랫폼 노동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노동자는 원하는 시간에 앱을 켜고, 가능한 만큼 일하며,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전통적인 고용관계로 전환하면 기업은 고정 인건비를 부담하게 되며 고용이 축소되고, 라이더는 노동 유연성을 상실하게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일자리로의 전환이 큰 사회적 비용을 낳았다. 스페인은 플랫폼 라이더를 노동자로 분류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었지만, 이후 일부 플랫폼은 시장 철수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역설적이게도 정해진 시간에만 일할 수 있게 되며 라이더는 수익감소에 직면하게 됐다.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도 노동자 전환 논의가 되고 있으나, 시장 위축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실제로 시행되지는 못했다. 이는 산업의 특성과 본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기존 고용관계로 단순히 흡수하는 방식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에 산업 전반에서 노조 권력의 거대화가 나타나는 것도 우려할 부분이다. 제조업 위주의 노조 문화나 흐름이 플랫폼 노동에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빠른 시장 변화나 기술 발전에 적응해야 하는 플랫폼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주문 및 배달 수요는 시간대, 날씨, 수요에 따라 급격히 달라지는데 노조의 교섭력이 커지면 기업은 유연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 결국 배달비가 오르거나 소상공인 부담이 커지고, 나아가 특정 시간과 지역에서 서비스가 축소될 수 있다. 배달 못 시키는 날, 새벽 배송이 없는 날의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플랫폼 노동이 수행해 온 노동시장 완충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 소득이 필요한 가장, 다른 일과 병행해야 하는 취준생, 또는 '쉬었음' 상태에 머물던 청년들에게 플랫폼 노동은 노동시장으로 들어가는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누구나 원하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일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거리를 기존 고용관계로 편입하면 기업은 최소한의 고용만을 유지하게 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일할 기회가 오히려 줄어든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진짜 약자를 사지로 몰 수 있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과도한 정규직화로 노동 유연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보호라는 명분이 오히려 쉬었음 인구와 실업인구의 노동시장 진입 기회를 줄이고, 소비자 부담과 소상공인의 비용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을 무조건 전통적 고용의 틀 안에 가두기보다 '일거리'에 맞는 현실적인 보호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
시장의 활력과 진입 기회를 보존하는 동시에, 보호가 공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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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나경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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