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쇼트(Big Short)'는 투자자 마이클 버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전 채권 가격 하락에 돈을 걸었다. 그 예상이 예상보다 크게 적중하면서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버리가 하락하리라고 본 채권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기초 자산으로 구성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이었다. 그는 일종의 보험료로 수수료를 낸 뒤 CDO 가격이 하락할 경우 보험금을 받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을 투자은행(IB)과 맺었다. 당시 CDO의 상환 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기우로 여겨졌고, 그래서 수수료는 소액에 불과했다. 그가 올린 수익률이 치솟은 배경이다.


이처럼 하락을 예견하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버리처럼 하락장에 투자하는 대신 '공황급 경제위기가 온다'는 주장을 언론매체나 책을 통해 널리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기 돈을 걸지 않은 채 전망만 제시한다. 만약 적중할 경우 세계적인 명성과 권위를 얻고, 이는 돈으로 직결된다. 설령 틀릴지라도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마음과 눈, 귀는 주로 미래를 향한다. 과거 예상을 복기하는 일은 별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곧 큰 경제위기가 닥친다고 경고하는 '닥터 둠' 활동은 '무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이는 강단 경제학자 중 일부와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잊을 만하면 "공황이 임박했다"고 외치는 이유다. 이들이 경고한 공황이 모두 도래했다면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대규모 실업에 빠져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내다봤다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2022년에 책 '초거대위협'을 써냈다. 그는 부채 증가와 스태그플레이션, 통화 붕괴, 고령화와 연금 부담 등 10가지 초거대 위협이 "서로 겹치고 서로 강화한다"면서 "우리는 너무 멀리 와버렸고 행복한 결말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된 2023년에 국내 저자가 쓴 '경제파국으로 치닫는 금융위기'도 발간됐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이번에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나섰다. 그는 지난달 말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2026~2027년 대형 시장 붕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다가오는 이번 폭락은 어쩌면 또 다른 대공황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점괘'나 마찬가지다. 경제전망의 요건은 변수의 움직임이다. '어떤 변수가 이렇게 전개되면 경제에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로가 들어가야 한다. 그런 전망은 충격을 막거나 완화하는 길도 알려준다.

결론만 말하면, 필자는 이번에도 공황은 오지 않는다고 본다. 인공지능(AI) 투자의 거품이 터지더라도 공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기회가 될 때 따로 논의하겠다.


공황 예상에 대한 이런 비판은 지적인 고담준론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복된 이후 경제가 다시 장기 불황에 빠진다는 우려가 팽배했을 때, 필자는 지인의 자산운용과 관련해 적절한 조언을 한 적이 있다.


'대공황이 온다'는 주장을 접한다면, 그가 그 방향에 돈을 걸었는지 살펴보자.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변수와 경로를 제시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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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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