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생]①자살 시도 '32.6%'
시도율 1.8명… 자살 생각 20.7명
취업난·경제난… 미래에 대한 불안
대학·정부 보호체계 부족… 위험군 증가

입시의 문턱을 넘어선 대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취업난과 경제난으로 심리적 우울과 상대적 박탈감에 눌려 은둔에 빠진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상황도 늘었다. 하지만 위기의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도움으로 연결할 시스템은 사실상 없다. 대학 지원센터는 인력과 예산 한계로 사후대응 수준에 머물고 있고 정부 역시 초·중·고 의무관리 체계에서 벗어난 이들을 방치하고 있다.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이 심리적 위험에 빠지지 않고, 마음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가 발간한 '2025 전국대학교 학생상담기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10곳 중 3곳에서 학생의 자살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는 130개 대학이 설문에 응했는데, 47개교(36.2%)에서 자살시도가 확인됐다. 2023년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는 '자살시도 사례 확인'이 30.2%에 그쳤지만 불과 2년 만에 6%포인트나 급등했다.

[단독]벼랑 끝 대학생… 대학 3곳 중 1곳 '위험신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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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학생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20대의 자살자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학생 1만명당 자살 시도율은 2023년 1.6명에서 지난해 1.8명으로 늘었고, 자살 생각률은 같은 기간 12.7명에서 20.7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2022년 부산대학교에 보고된 '대학생의 자살사고 및 행동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결과에서는 대학생 연령에 해당하는 20~24세 사망 원인의 57.2%가 자살이었다. 두 번째 주요 사망원인(운수사고 8.9%)과 비교해 6배 이상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시경쟁에서 벗어나자마자 대학에서 벌어지는 학점과 스펙 쌓기 경쟁으로 인한 불안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지 못한 이들이 등록금과 생활비 등 그동안 겪지 못했던 경제난까지 맞닥뜨리며 스스로 고립에 빠진다는 얘기다.


이들을 보호할 대학이나 정부의 시스템은 크게 부족하다. 전국 대학 학생상담기관 중 상담원이 1명만 배치된 기관은 33.1%에 달한다. 학생상담센터 프로그램 운영 예산이 1000만원 미만인 기관도 43.8%였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상담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대기자가 많아 실제 상담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된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상담'이라는 간판만 걸어놓고 있었다. 전문 상담사가 실제로 배치되지 않거나 형식적인 상담만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대학생 정신건강 위험군이 꾸준히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가 2024년 내놓은 '전국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표본의 43.5%가 우울위험군, 16.4%가 자살위험군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리 및 정신건강과 관련된 심리개입(상담 및 검사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필요없다'는 응답보다 최대 2.7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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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위험 행동의 초기 단계로 분류되는 고립이나 은둔 대학생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을 포함한 고립·은둔 상태 청년(19~34세)은 2022년 약 24만4000명(2.4%)에서 2024년 52만9000명(5.2%)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대학이 심리상담이나 마음건강에 대해 학생상담센터에 모두 맡기는 상황이지만 교수들이 현장에서부터 학생들을 챙겨 센터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대학 내 자살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 예방 활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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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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