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약속하고 경찰청 도착한 피의자
경찰, 발부된 영장으로 체포
대법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는데 체포 위법"
성매매알선 등 혐의 징역 1년 6개월 확정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제 발로 찾아온 피의자에게 곧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체포 과정이 위법했더라도 자백 외에 다른 증거가 충분하다면 유죄 판결 자체는 유지된다고 봤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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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마용주 대법관)은 최근 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6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경기 의정부시의 오피스텔 4개 호실을 빌려 여성 종업원들을 고용한 뒤, 성매매 알선 사이트 광고를 보고 찾아온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의 핵심 쟁점은 '체포 절차의 위법성' 여부였다. A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고 2021년 2월 19일 오후 3시에 자진 출석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잠복 중이던 경찰관들은 당일 오후 2시58분께 A씨가 경찰청 앞 길거리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발부받아 둔 영장을 집행해 체포했다. A씨 측은 불법 체포로 수집된 증거가 위법하다고 주장했으나, 1·2심은 모두 적법한 절차였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찰의 체포 집행이 위법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됐더라도, 집행을 담당하는 사법경찰관리는 체포영장 집행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체포의 사유와 필요성이 충족됐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언동을 보이지 않고 자진 출석했음에도 체포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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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법원은 체포의 위법성이 유·무죄의 결론을 뒤집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사실과 증거만으로도 범죄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며 "체포영장 집행 과정의 위법성이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상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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