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생]③
자살생각률, 1만 명당 12.7→20.7명
대학생 정신건강 '빨간불'…코로나 이후 심화
통계 집계조차 안돼 "관리 사각지대"

대학생 정신건강 위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도적 기반은 미흡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관계 단절과 고립이 심화된 데다 취업 불안과 경제적 부담까지 겹치면서 대학생들은 '혼자 버티는 구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학은 자율 운영 체계에 묶여 있고, 교육당국 역시 초·중·고 중심 정책에 머물러 대학생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학생 정신건강 분야에서 사실상 유일한 전국 단위 조사 기관인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 회장이자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장인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달 22일 아시아경제와 만나 "지금 대학생 위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붕괴와 정책 공백이 겹친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한국상담심리학회회장)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한국상담심리학회회장)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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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정신건강 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초·중·고 때의 정서 문제가 대학에 올라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동아리나 선후배 관계 같은 캠퍼스의 기본적인 연결고리가 사실상 사라졌다. 수업에 들어가면 같은 학부, 학년인데도 전혀 인사하지 않는다. 수업에 필요한 사항은 담당 교수에게 확인한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놓일 때마다 오로지 혼자 해결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각자 혼자 버텨야 하는 구조다.


-왜 이렇게까지 악화됐나.

▲코로나 시기 2~3년 동안 학교가 멈췄다. 인간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데, 그 과정이 단절됐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사람을 직접 만나기보다 화면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도 익숙해졌다. 말 그대로 '광야에 혼자 내던져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힘들면 도움을 청해야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도 두려워한다. 그 정도로 정서발달이 취약해졌다. 향후 7~8년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한국상담심리학회회장)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한국상담심리학회회장)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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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과 자살 문제는 어떻게 연결되나.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일정한 흐름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약물이나 회피 방식으로 대응한다. 실패를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 없이 버티다 보니, 사회에 나갔을 때 좌절을 견디기 어려워진다. 이후 사회 진입에 실패하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은둔 상태로 들어간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가 실패하면 또 은둔으로 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 과정이 4~5차례 정도 반복되면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결국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빙산의 일각이다. 상담센터에 오는 학생보다 오지 않는 학생이 훨씬 많다. 대학생 자살이나 위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은 평판과 이미지에 민감하다 보니 관련 사건을 외부로 드러내는 데 소극적이다. 학교 밖에서 발생한 자살은 아예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한국상담심리학회회장)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한국상담심리학회회장)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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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정신건강이 사각지대에 놓인 이유는.

▲관리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초·중·고까지만 관리하고, 대학은 자율에 맡겨져 있다. 대학 내부에서도 정신건강은 핵심 영역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대학생 자살, 우울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보니 총장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법제화다. 고등교육법에 대학생 정신건강을 다루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 보다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다. 지금은 대학생 자살률, 자해율, 우울 등에 대해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진단도 못 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나. 사실 대학상담센터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2021년 '인권센터' 법제화에 후순위로 밀려났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생의 위기는 초·중·고 때부터 이어져 온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학업 스트레스가 굉장하지 않나. 고립·은둔을 겪었던 아이들의 공통점을 보니, 학창 시절 스트레스를 겪을 때마다 부모가 약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정신건강 문제를 의료에만 의지할 게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따른 지원 모델 등을 만들어서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생을 단순히 성인으로 보고 방치하는 관점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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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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