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發 수요 폭증
가스터빈 가격 195% 급등 전망
"장비 확보가 사업 좌우"

두산에너빌리티의 정격부하 성능시험 중인 380MW급 가스터빈.연합뉴스

두산에너빌리티의 정격부하 성능시험 중인 380MW급 가스터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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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부발전이 추진 중인 제주복합 3호기 건설사업이 핵심 전력기기 조달 지연으로 당초 계획보다 약 3년 늦춰질 전망이다. 가스터빈(GT)과 스팀터빈(ST) 등 주기기 확보가 지연되면서 공정 전반이 밀린 것으로, 향후 전력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중부발전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 설비 현황조사서 제출안'을 심의하고 제주복합 3호기의 준공 시기를 기존 2027년에서 2030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조정 사유로는 '글로벌 전력기기 수요 급증에 따른 납기 지연'이 명시됐다. 터빈 등 핵심 장비 조달이 늦어지면서 사업 일정 자체를 재설정한 것이다.

제주복합 3호기는 중부발전이 2023년 9월 약 4000억원 규모로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로, 제주 지역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한 핵심 설비로 꼽혀왔다. 가스터빈 1기와 스팀터빈 1기로 구성되는 표준 복합발전 방식으로, 당초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공급 병목이 심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가스터빈을 중심으로 한 핵심 설비는 주요 제조사의 생산 슬롯이 수년치 선점된 상태"라며 "신규 발주 물량의 경우 최소 3~5년 이상의 납기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의 주요 원인은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다.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 매킨지(Wood Mackenzie)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터빈 가격은 2019년 대비 2027년까지 약 19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kW당 가격 기준으로는 약 60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기준 글로벌 가스터빈 수요는 약 110GW에 달하지만 실제 생산능력은 60~70GW 수준에 그친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역할도 가스발전에 집중되면서 터빈 수요를 추가로 자극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향후 10여년간 가스터빈과 스팀터빈 각각 연평균 4.8%,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단순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아니라 수요 급증과 공급 제한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심 전력기기 공급난…제주복합3호기 2030년으로 밀려 원본보기 아이콘

발전업계에서도 과거 3~4년 수준이던 가스발전 건설 기간이 최근에는 6~7년까지 늘어나는 추세로 보고 있다. 단순히 공사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장비 확보 시점이 사업 전체 일정을 좌우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형 가스터빈의 경우 발주 이후 실제 공급까지 최소 3~5년, 일부 프로젝트는 6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제조사들의 생산 슬롯은 이미 수년치 물량이 선점된 상태로, 신규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부터 장비 확보 여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자금이나 인허가보다 터빈을 언제 확보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시작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도 터빈 확보 지연으로 발전 프로젝트가 늦춰지거나 일부는 취소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경우 글로벌 가스터빈 공급 부족으로 신규 LNG 발전 프로젝트가 잇따라 지연되고 있으며 일부 사업은 터빈 계약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미국 남동부 지역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주요 전력회사인 조지아 파워(Georgia Power)가 추진 중인 '플랜트 예이츠(Plant Yates)' 가스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가스터빈을 발주했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난 여파로 납기가 최대 7년까지 늘어나며 사업 일정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제주복합 3호기 지연은 개별 사업 이슈를 넘어 향후 전력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2030년 전후로 노후 발전소 수명 종료가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신규 설비 투입이 늦어질 경우 공급 공백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부발전도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해 대응 방안을 병행 검토하고 있다. 이사회 안건에는 보령·인천·제주 등 주요 발전소의 수명 도래 설비에 대해 계속운전(수명연장) 또는 대체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일부 설비는 열공급 설비 전환이나 수소 혼소 발전 전환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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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업계는 이번 사례가 향후 발전사업 전반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문제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력기기 공급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설비 건설 계획 역시 장비 확보 가능성을 전제로 보다 보수적으로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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