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 소유권은 소멸, 출동 경찰에 점유권 있다고 해석
시신서 금목걸이를 가져간 피의자가 자신의 행위에 관해 절도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법원은 결국 '절도'라고 판시했다.
3일 인천지법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검시 조시관 A씨(34)는 지난해 8월20일 남동구 빌라의 변사 현장에서 숨진 50대 남성 B씨가 착용한 시가 2000만원 상당의 30돈 금목걸이를 발견한 뒤 이를 빼내 자신의 운동화에 숨긴 채 빌라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경찰이 최초로 촬영한 시신 사진에서 금목걸이가 확인돼 현장에 출동했던 형사 2명·검시 조사관 1명·과학수사대 직원 2명 등 5명을 상대로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A씨는 결국 범행을 털어놨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금목걸이를 가져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누구의 점유에도 속하지 않은 물품이라며 '점유이탈물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시 B씨가 사망한 상태였으므로 금목걸이는 주인 없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찰은 A씨를 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형법상 절도는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점유이탈물횡령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어 비교적 형량이 더 낮다.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법 형사9단독 김기호 판사는 A씨가 금목걸이를 가져갔을 때 이미 숨진 B씨의 점유가 계속되고 있다거나 이를 B씨의 상속인이 점유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A씨가 B씨의 사망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범행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밀접성도 없기 때문에 사회 통념상 망인의 생전 점유는 소멸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결국 A씨에게 절도죄를 적용했다. 금목걸이가 있던 장소가 경찰의 엄격한 통제와 관리가 이뤄지던 변사 사건 현장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대법원 판례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가 타인의 관리 아래 있을 경우 관리자의 점유를 인정하고, 제삼자가 이를 무단으로 취할 경우"에는 절도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출동 경찰관들이 B씨 주거지를 변사 사건 현장으로 관리하고 초동 조치와 함께 출입을 통제한 점을 고려해 '관리자로서 현장 물품을 점유한 상태'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변사자 검시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 공무원으로 고도의 직업윤리를 부담하고 있지만, 고인의 유품을 훔쳐 비난 가능성이 높다"라고 꼬집었다. 검시 조사관은 경찰관은 아니지만, 시·도 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으로 변사 등 원인 불명 등의 사건 현장에 출동해 숨진 원인을 조사하는 일반직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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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데 이는 피고인에게 다소 가혹하다고 여겨진다"면서 "피해품이 유족에게 반환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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