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담에 소유주 동의까지…비주택 리모델링 '산 넘어 산'
LH, 상반기 2000가구 매입
상업용 시설 리모델링 추진
공사비·소유주 동의 관건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에스키스 가산'. 이곳은 2022년 관광호텔을 개조해 만든 LH 청년매입임대주택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층별로 3개씩 있는 엘리베이터와 복도를 따라 늘어선 개별 호실들이 과거 이곳이 호텔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에스키스가산은 전용면적 16~27㎡ 규모의 원룸 크기 호실이 총 181가구가 있다. 만 39세 이하의 청년들은 최장 10년간 거주 가능하며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최대 1290만원, 34만원으로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호텔 사무실을 개조해 만든 업무 공간과 20층에는 루프탑 등 커뮤니티 시설도 갖추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업무용 시설과 숙박시설을 주택으로 전환하는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재추진한다. 수도권 전세난에 대응해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공사비와 소유주 동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사업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토부와 LH에 따르면 LH는 이달 초 비주택 리모델링과 관련해 매입약정 공고를 게재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3일에는 LH 직접시행 사업에 참여할 소유주를 공모한 바 있다.
비주택 리모델링은 근린생활 시설과 업무, 숙박시설 등 비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한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매입 방식은 LH가 비주택을 선매입한 뒤 리모델링하는 '직접시행'과 민간과 약정을 체결한 뒤 리모델링된 주택을 LH가 매입하는 '매입약정' 방식으로 나뉜다. 국토부는 상반기 2000가구를 시작으로 연내 매입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장 용도의 지식산업센터도 매입 대상에 포함하고자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5년간 목표치 3.2% 공급…구조변경 부담·공사비 과제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업이 성과를 거두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2020년부터 문재인 정부서도 해당 사업을 시행했지만 약 5년간 공급목표치(4만1000가구)의 3.2%(1291가구)를 개조하는 데 그쳤다. LH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구조변경 부담과 비용 증가를 사업 효율성을 낮춘 요인으로 꼽았다.
더욱이 이번 사업은 숙박시설보다 상업 시설의 신청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사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숙박시설의 공실률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상업용 시설과 지식산업센터를 중심으로 공실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황규홍 LH토지주택연구원 실장은 "최근에는 숙박시설의 공실률이 매우 낮아 상업 시설을 중심으로 신청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호텔처럼 개별 호실로 나뉜 구조와 달리 상업시설은 구조 변경 난도가 높아 공사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유자 동의 문제도 관건이다. LH는 사업 추진 시 건물을 동 단위로 매입하고, 용도 변경 후 주거용 전환이 원활이 이뤄질 경우 층 단위 매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소유권이 분산된 상업시설의 경우 모든 소유주의 동의를 확보하기 어려워 사업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유주가 단일화되지 않은 상업용 시설은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개별 소유주들이 매입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동의 확보 과정에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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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 보조와 같은 지원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규홍 실장은 "미국 뉴욕의 경우 공실률이 높은 업무시설에 대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주거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며 "비주택 매입이 LH의 손실로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공사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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