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칼럼]만성적자 군인연금 이젠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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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파견된 외국군 무관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군인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해외 무관이었다. 연신 "한국군이 부럽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군인연금을 손꼽았다. 해외 무관들은 제대하면 수급 연령대까지 추가 납입을 해야 하고 이후 공무원 연금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군은 전역과 동시에 연금을 수급하고 액수도 많다며 해외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연금이라고 치켜세웠다.


우리나라 군인연금은 군인의 퇴직연금과 유족연금 지급을 목적으로 1960년 도입된 공적 연금 제도다. 공무원연금·사학연금과 함께 3대 직역연금으로 분류되며, 군 복무라는 특수 직역의 위험성과 희생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상하는 장치다. 재원은 국가부담 기여금, 정부 보전금, 기금 운용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해외 무관은 이 연금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역대 정부도 이 문제를 모두 알았지만, 손을 대는 것을 주저했다.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적자는 해마다 늘었다. 공무원연금 기금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낸 보전금만 지난 10년 동안 58조원에 달한다. 이중 군인연금은 17조750억원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소득 대비 지급률이 높고, 전역 즉시 연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연금 수급 기간이 길어져 재정 악화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군인연금은 2065년 정부 보전금이 11조653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의 0.15%다. 군인연금 제도가 생긴 이후 누적 적자는 무려 637조704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만성적자에도 관리는 부실하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군인연금을 계엄자금으로 활용하려 했던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자금' 마련 지시에 따라 내부 자금 활용을 검토하면서 군인연금까지 전용 대상으로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계엄 가담자들이 군인연금에 눈독을 들인 것은 관리기관이 국방부 내 조직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부 견제 장치가 빈약하다는 점을 노렸다.


줄줄 새는 돈도 있다. 군인공제회는 군인연금 자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공영 기업이다. 최근에는 수입금 일부를 17년째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군인공제회 자회사는 국방부가 소유한 서울 종로4가 '세운스퀘어' 3개 동의 임대사업 등 관리를 맡았다. 수입금은 군인연금 기금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실은 달랐다. 군인공제회 자회사는 시설 사용료를 별도 계좌로 받아 챙겨왔다. 건물주인 국방부는 도시가스 시설 사용료가 17년째, 이동통신사 중계기 부지 사용료가 6년째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도 까맣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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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군인연금을 정치권도, 정부도 손을 쓰지 않고 관리까지 허술하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돌아간다. 군 안팎에서는 80세 이후 연금을 줄여나가는 연금 피크 제도, 전역 이후 재취업을 강화하는 방식과 함께 수령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심화하면 가입자 2000만명이 넘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먼저 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 전에 군이 스스로 문제를 직시하고, 국민과 함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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