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5년 만에 동일인 변경
김 의장 동생 경영 참여가 판단 근거
쿠팡 측 "사익편취 우려없어"…기존 입장 고수
법적 다툼 판가름…한미 관계 영향도 변수

공정거래위원회가 5년 만에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법인에서 개인 김범석으로 변경한 가운데 쿠팡 측이 공정위의 판단 기준에 반박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번 사안이 법리적 해석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생이 쿠팡 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지가 법리 다툼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이 직접 규제 대상에 오르는 만큼 향후 한미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않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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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장기업 미국인 CEO, 40년만 첫 총수 지정


공정위는 29일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쿠팡 법인으로 돼 있던 쿠팡의 동일인을 자연인인 김범석으로 변경해 지정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개인으로 변경한 것은 2021년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 이후 5년 만이다. 특히 미국 상장기업의 미국 국적을 보유한 최고경영자(CEO)가 동일인으로 지정된 사례는 대기업집단 관리를 시작한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미국 국적인 이우현 OCI 회장이 2023년 자연인으로 동일인에 지정됐으나 미국 상장사는 아니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씨가 회사 내 고위 직급으로 일하며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예외 요건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해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변경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연인 대신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려면 ▲자연인과 법인 가운데 누구를 동일인으로 보더라도 기업집단 범위가 같아야 하고 ▲해당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직접 출자하지 않아야 하며 ▲친족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하고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자금대차나 채무보증이 없어야 한다. 이는 공정위가 2023년 개정해 이듬해부터 시행한 공정거래법과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유석씨가 쿠팡 내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부사장급으로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하고, 연간 보수는 동일 직급의 등기임원 평균에 이르고 비서가 배정되는 등 대우 역시 등기임원에 준하는 수준"이라며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회의를 수백회 이상 주최하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등을 초대해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거나 물량 확대, 배송 정책 변경 등 개선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가 주요 사업의 구체적인 업무 집행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사실관계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열린 국회 청문회 당시 논란이 된 내용과 올해 초 쿠팡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쿠팡 청문회 때 김유석의 경영 참여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냈다"면서 "쿠팡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등급과 비교했을 때 김유석씨가 거의 최상위 등급이라는 점을 현장조사 때 추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장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장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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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동일인 지정 예외조건 충족"…행정소송 예고


쿠팡은 이날 공정위 발표 이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쿠팡Inc는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로, 김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며 "향후 행정 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김 의장의 동생은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며 한국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쿠팡Inc는 미국 상장사로서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특수관계자 공시 의무를 준수하는 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다"며 "한국 쿠팡 법인은 변함없이 동일인 지정의 예외조건을 충족해 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쿠팡은 지난 23일에도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정부가 동일인을 판단하는 4가지 예외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맞섰다. 대표적으로 "김 의장의 동생은 쿠팡Inc 소속으로 파견돼 글로벌 물류 효율 개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다른 유사한 직급의 구성원과 동일하게 쿠팡Inc 상장 주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쿠팡 지배구조는 한국 법인이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형태로, 김 의장을 비롯한 친족 가운데 단 1명도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거나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거론했다. 다음으로 김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은 미국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에 대한 이중규제라는 점을 거론했다.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쿠팡Inc 이사회 소속인 주요 미국 기업 CEO 신분의 이사들도 '동일인 관련자'가 된다"며 "이들이 지분을 보유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도 쿠팡의 계열회사에 해당하는 상식 밖의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한 에쓰오일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쿠팡에 대한 동일인 지정이 다른 외국계 기업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는 점도 부각했으나 이번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 쿠팡은 관련 규정에 따라 7일 이내에 공정위에 이의제기를 진행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에 돌입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사태와 관련한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을 침해하는 미국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사태와 관련한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을 침해하는 미국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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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동일인 지정, 무엇이 달라지나


동일인이 법인에서 자연인으로 최종 변경되면 쿠팡은 더 투명한 경영을 요구받게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은 동일인과 그 친족(특수관계인)이 발행주식총수의 20%를 보유한 해외 계열사에 대해 회사의 명칭이나 대표자, 소재국, 사업 내용, 주주 현황, 순환출자 현황 등을 연 1회 공시하도록 규정한다.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사익 편취도 금지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비롯해 납품 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논란이나 산업재해, 기업 지배구조 문제, 탈세 의혹 등 쿠팡을 둘러싼 각종 이슈와 관련해 김 의장이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조사와 관련해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해온 만큼, 이번 동일인 지정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변수다. 지난 21일에는 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54명이 쿠팡 같은 미국 기업 차별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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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인 변경은 시행령상 요건과 판단 지침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이를 문제 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팡이 주장하는 이중규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미국 공시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국내 규제는 목적이 다르다"며 "일반적인 회사 현황이나 재무 현황 정도만 중복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쿠팡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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