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남기는 반찬까지 감당 어렵다"
고물가가 바꾼 '반찬 인심'에 누리꾼 갑론을박

"김치를 남기면 재사용하겠다. 땅 파면 돈 나오나." 한 식당 반찬 셀프바에 붙은 경고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무료 반찬 리필' 문화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실제로 남은 반찬을 재사용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먹을 만큼만 가져가 달라는 업주의 경고성 표현으로 해석되지만 고물가에 시달리는 외식업주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식당 반찬 셀프바에 붙은 경고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무료 반찬 리필' 문화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SNS

한 식당 반찬 셀프바에 붙은 경고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무료 반찬 리필' 문화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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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식품위생법상 손님이 먹고 남긴 음식을 다시 사용하거나 조리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식품접객업자는 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물을 다시 사용하거나 조리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재사용' 여부보다 무료 반찬을 둘러싼 비용 부담에 있다. 셀프바에서 김치나 깍두기, 나물류 등을 과도하게 담아간 뒤 상당량을 남기는 손님이 늘면서 일부 식당들은 식자재비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치솟은 식자재값에 자영업자 부담 커져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추가 반찬 유료화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추가 반찬 리필 유료화 찬성 대 반대' 투표에서 총 1535명 중 621명, 40.5%가 찬성했고 914명, 59.5%는 반대했다. 찬성 측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음식물 쓰레기 증가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반면 반대 측은 반찬 비용이 이미 주메뉴 가격에 포함된 서비스라는 소비자 인식이 강한 만큼, 유료화가 자칫 단골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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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가의 불만은 최근 식자재 가격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1월 상추 100g 가격은 1417원으로 전년보다 41.0% 올랐다. 같은 기간 청양고추와 깻잎 가격도 각각 11.4%, 7.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쌈 채소와 고추, 김치류 등은 한식당 밑반찬과 셀프바 구성에 자주 쓰이는 품목이다. 이들 품목의 가격 변동은 외식업 원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강서구에 재래시장 내 위치한 식자재마트. 윤동주 기자

강서구에 재래시장 내 위치한 식자재마트.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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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물가 부담도 여전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2.3%, 식품 부문은 1.6% 올랐다. 신선 채소 지수는 3월 기준 전년보다 하락했지만, 외식업 현장에서는 품목별·시기별 가격 등락이 커 재고 관리와 메뉴 가격 책정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은 기본 안주도 유료…국내는 '인심' 문화가 변수

해외에서는 반찬이나 곁들임 음식을 별도 비용으로 계산하는 문화가 비교적 익숙하다. 일본 이자카야에서는 자리에 앉으면 주문하지 않은 작은 안주인 '오토시'가 제공되고, 이에 대한 비용인 '오토시다이'가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기본 안주 또는 자릿세 성격의 비용이다.

일본 일반 식당에서도 한국처럼 여러 밑반찬을 무료로 계속 제공하는 방식은 흔하지 않다.

배달앱 기획-배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배달앱 기획-배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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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나 추가 밥, 곁들임 메뉴는 별도 메뉴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 외식업은 주메뉴 가격에 밑반찬과 리필 서비스를 포함하는 방식이 오랫동안 자리 잡아 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푸짐한 인심'이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기마다 가격 인상 압박을 키우는 구조다.


외식업계에서는 전면 유료화보다 절충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첫 제공분은 무료로 유지하되 두 번째 리필부터 비용을 받거나, 계란말이·게장·김치류처럼 원가 부담이 큰 일부 반찬만 유료화하는 방식이다. 실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특정 반찬만 유료화하거나 두 번째 리필부터 요금을 받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반찬 유료화가 실제 매출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소비자들이 이미 오른 외식비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추가 반찬 비용까지 붙을 경우 '야박한 가게'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서다. 반찬 리필 비용을 별도로 받기보다 주메뉴 가격을 소폭 조정하거나, 처음부터 소량 제공 후 요청 시 보충하는 방식이 고객 반발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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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식당의 안내문 해프닝에 그치지 않는다. 고물가와 인건비, 폐기 비용이 겹치면서 한국 외식업의 '공짜 반찬'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다. 무료 반찬은 한국 식문화의 매력이자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원재료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는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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