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담합에 역대급 과징금…공정위, 넉달만에 1兆 때렸다
1~4월 36건에 1조680억 부과
'부당 공동행위' 비중 96.6%로 절대적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과징금 부과 액수가 불과 4개월 만에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담합 사건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와 처리 속도 단축이 맞물린 결과다.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까지 대폭 상향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대관 리스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넉 달 만에 1조 '역대급 페이스'…2017·2021년 이어 세 번째
29일 공정위가 올해 공표한 과징금(과태료 포함) 부과 현황을 지난 1월부터 이날까지 전수조사한 결과, 총 36건에 대해 1조680억원이 부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과징금 부과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7년(1조3308억원)과 2021년(1조83억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부과액은 3547억원(잠정 집계) 수준이었다.
올해 집계의 경우 잠정 부과된 금액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 징수액과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향후 예정된 대형 사건들의 규모를 고려하면 역대 기록을 손쉽게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다음 달 결과가 나올 전분당과 밀가루 담합 사건의 과징금 규모는 각각 최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거론된다.
이러한 '역대급 페이스'는 담합에 해당하는 '부당 공동행위' 조사가 이끌었다. 전체 과징금 중 담합 비중은 96.6%(1조32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는 이 비중이 61.7%였으며, 과거를 돌아봐도 대략 60~70% 선이다. 4대 은행 담보인정비율(LTV) 담합사건(1월·2720억원), 설탕 가격 담합사건(2월·4083억원), 제지사 가격 담합사건(4월·3383억원) 등 대형 건이 잇따라 마무리된 결과다.
'조사-정책 분리' 조직 개편 적중…"부실 조사 우려 없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공정위의 '체질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국정감사 때마다 '늑장조사'로 지적받았던 공정위는 2023년 조사관리관을 신설하고 '조사'와 '정책' 기능을 조직적으로 분리했다. 분야별로 정책·조사 부서를 두던 체제를 33년 만에 바꾸고, 카르텔조사국 등 조사 전담 부서가 오로지 사건 처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그 결과 사건 처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2월 "지난해 담합 사건 처리 기간은 평균 281일로 3년 전보다 50% 이상 단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규모가 크고 민생 영향이 높은 사건에 여러 조사관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사건처리 태스크포스(TF)' 시스템과 서면 심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약식 절차'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공정위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처리 기간 단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가 결실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리가 빨라지면서 일각에서는 부실 조사나 행정소송 패소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공정위의 법적 대응력은 견고하다. 2020년부터 5년간 확정 판결된 소송 중 승소율(일부 승소 포함)은 건수 기준 90.9%, 과징금 액수 기준으로는 95%에 달한다. 최근 삼성웰스토리 소송 패소 등 일부 사례가 있으나, 전반적인 법 집행의 정당성은 법원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인력 보강에 기준 강화…30일부터 담합 반복 시 과징금 100% 가중
공정위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올해 167명의 정원을 확대한 데 이어 내년에도 200명 증원을 추진 중이며, 계획대로 된다면 1000명짜리 조직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인력 부족으로 뭉개고 넘어가는 게 많다는 설이 있다"며 인력 보강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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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수위 또한 대폭 강화된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을 위반 정도에 따라 최대 20배 올리는 고시 개정안을 30일부터 시행한다. 담합의 경우 적발 시 최소 10%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 과거 10년간 1회라도 담합 관련 과징금 납부 명령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으면 과징금을 100%까지 가중할 수 있게 돼 기업들이 짊어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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