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이 무너지는데 성과급 45조?…삼성의 위험한 비대칭[Why&Next]
중국 가전업체들의 공세에 미국 관세 부담, 중동 전쟁 여파까지 겹치며 국내 가전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일부 생산라인을 정리하고, 경쟁력이 약화된 중국 내 가전·TV 판매를 중단하는 한편 인력 구조조정까지 병행하는 등 전방위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2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을 맡은 생활가전 사업부는 최근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열고 사업 구조 재편 방침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가전·중국 법인 10년 실적 살펴보니
가전 생산라인 폐쇄, 외주 전환 결정
중국 사업 재편 확정, 생활가전 판매 중단
中 공세 속 2020년대 들어 가전 수익 하락
중국 가전업체들의 공세에 미국 관세 부담, 중동 전쟁 여파까지 겹치며 국내 가전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구조적으로 굳어지자 삼성전자는 국내외 사업 구조 재편이라는 강수를 꺼냈다. 국내 일부 생산라인을 정리하고, 경쟁력이 약화된 중국 내 가전·TV 판매를 중단하는 한편 인력 구조조정까지 병행하는 등 전방위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2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을 맡은 생활가전(DA) 사업부는 최근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열고 사업 구조 재편 방침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획에는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가전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외주 생산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1989년 설립돼 지난 37년간 해외 가전 생산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 공장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해외 사업 재편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이주 중 중국 사업 재편 방안을 확정하고 중국 현지 사업장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이를 발표할 방침이다. 중국에서 연내 생활가전·TV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모바일·반도체·의료기기 등 첨단 산업 분야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쑤저우에 있는 가전 공장은 수출용 제품 생산 거점으로 유지한다.
中공세 속 속수무책, 韓가전 재편 배경은
삼성전자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건 가전 사업의 계속된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최근 중국 가전업체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저가 제품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OLED TV와 인공지능(AI) 가전 등 프리미엄 영역까지 침투하며 국내 업체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2010년대 초반부터 정부 보조금과 내수 시장 확대를 기반으로 급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특히 하이얼, 하이센스, TCL 등 주요 업체들은 저가 공세를 앞세워 신흥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데 이어,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며 프리미엄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보여온 TV·생활가전 분야에서도 가격 경쟁과 점유율 압박이 동시에 심화됐고, 업계에서는 2017~2018년을 기점으로 중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경쟁자로 부상하며 국내 가전업계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DA사업부가 포함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수익성은 2020년대에 들어서 하향세였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인한 수익성 타격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시점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10년간 연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DX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7%로 한 자릿수로 진입한 이래 8.46%(2023년)→7.11%(2024년)→6.84%(2025년)로 매년 하락했다. 갤럭시 S25 등 플래그십 제품의 흥행으로 매출 규모는 키웠지만, 중국 업체와의 출혈 경쟁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메모리 가격 인상 여파까지 겹치며 실질적인 수익성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 세트제품 판매법인인 SCIC의 최근 매출 추이를 살펴봐도 구조조정의 배경이 드러난다. 10년 전인 2015년 중국 판매법인의 매출액은 11.5조원, 2016년에는 8.8조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0년부터 2조원대에 진입했다.
'중국 사업장 철수설'에 대해 묻자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5일 '더 퍼스트룩 서울 2026' 행사에서 "중국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계속된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 구조를 더욱 압박하고 있는 흐름이다.
삼성·LG, 구조조정에 비상경영 체제 전환
위기가 누적되면서 최근 업계에서는 가전 사업부문에서의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도 감지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사업부는 최근 일부 대상자에 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971년 이전에 태어난 부장급 인력이 주요 대상자로 거론되며, 희망퇴직자에게는 수억 원의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과거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고연차 임직원을 대상으로 상시로 퇴직 희망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디바이스솔루션(DS)이 대부분의 실적을 견인하면서 지난해 1분기 4조원대를 기록했던 DX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원 안팎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상경영 기조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며 2분기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지난달부터 긴축 경영에 돌입하면서 임원 항공권 등 해외 출장 경비부터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화된 이란 전쟁과 관세 부담 여파가 겹치며 LG전자 역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회사는 임원 등 조직 책임자의 경비를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항공 이용 시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긴축 기조를 강화했다. 다만 LG전자는 중국 내 사업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고사양·고품질 제품군을 통해 남아 있는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해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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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가전부문 조직 전체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다가 사실상 접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TV부터 패널까지 중국 업체들에 주도권을 뺏긴 상태에서 수익이 나는 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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