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고 번지는 정교한 위조 신분증
'정부24' 모방한 가짜 모바일 신분증도
"공문서 위조 등 범죄라는 인식 부족해"

"편의점·술집 어디서나 앱처럼 이용 가능. 24시간 제작 가능. 문의 주세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교한 위조 신분증 제작·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소년의 일탈 심리를 자극해 공문서위조 등 중범죄로 이끄는 것은 물론,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사기 등 보다 규모가 큰 범죄에 악용되고 있어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마포구의 한 점포 출입문에 ‘신분증, 운전면허증, 여권 없이는 입장불가’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박재현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점포 출입문에 ‘신분증, 운전면허증, 여권 없이는 입장불가’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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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엑스(X·옛 트위터), 텔레그램 등에 '신분증 위조' '민증 제작' 등 키워드를 검색하자 위조 신분증 판매 게시물 수십건이 줄지어 나타났다. 업체들은 편의점·술집·노래방부터 콘서트 티켓 양도나 방송국 사전녹화 입장 시에도 신분을 완벽히 속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업체들에 문의한 결과 수십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한 업체는 "실물 신분증은 25만원, 운전면허증은 30만원에 판매한다"며 "업계 최저가"라고 강조했다. 일부 업체는 홀로그램까지 실제 신분증과 흡사하게 구현한다며 택배 배송을 안내하기도 했다.

모바일 신분증도 손쉽게 위조할 수 있다. 가짜 모바일 신분증 판매자가 보낸 링크에 접속하자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화면 구성을 구현한 화면이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이름·발급일자·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을 넣으면 편의점이나 술집, 모텔 등에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위조 신분증은 청소년의 일탈 심리를 자극한다. 술·담배 구입 등 비행에 빠질 수단을 제공하는 셈이다. 최근 법령 정비를 통해 영업주가 신분 확인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될 경우 영업정지 등 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장에선 이를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위조 수준이 높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명규씨(70)는 "작정하고 홀로그램이나 질감까지 비슷한 신분증을 위조해서 가져오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분증 위조'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자 위조 업체들이 올린 판매 계정과 게시글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엑스(X·옛 트위터) 화면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분증 위조'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자 위조 업체들이 올린 판매 계정과 게시글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엑스(X·옛 트위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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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최근 이 같은 위조 신분증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도 사기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 소유자의 인적 사항을 넣은 가짜 신분증과 임대차계약서 등을 꾸며낸 뒤 '급매'로 중개를 의뢰하고 계약금을 빼돌린 뒤 잠적하는 방식이다. 이런 수법에 당한 피해 사례가 나오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7일 공지를 올려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위조 신분증을 구매·사용하는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가짜 신분증을 만드는 공문서위조죄와 이를 구매해 사용하는 위조공문서행사죄는 각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벌금형 규정이 없어 유죄가 인정되면 곧바로 실형을 받게 될 만큼 큰 범죄라는 뜻이다.


다만 청소년은 실형 선고가 드물어 범죄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실형 선고가 가능한 중범죄에 해당하지만, 청소년은 훈방·기소유예 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범죄의 문턱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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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24 모바일신분증 화면(왼쪽)과 위조 모바일신분증 화면(오른쪽). 위조 신분증은 화면 캡처가 가능하지만 정부24 신분증은 캡처가 불가능하다. 박재현 기자

정부24 모바일신분증 화면(왼쪽)과 위조 모바일신분증 화면(오른쪽). 위조 신분증은 화면 캡처가 가능하지만 정부24 신분증은 캡처가 불가능하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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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신분증을 활용한 2차 범죄·피해 가능성도 우려된다. 위조 신분증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업자에게 넘긴 본인 혹은 타인의 사진, 주민등록번호 등은 보이스피싱·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을 비롯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한 신분증 위조 업체는 텔레그램 공지방에서 제작을 의뢰한 사람이 제때 입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름과 주소, 생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단체 공지방에 올려 보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위조 신분증을 제작·의뢰할 경우 공문서위조죄, 위조공문서행사죄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더해져 처벌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며 "로맨스스캠 범죄 등 2차 범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편의점·술집·모텔 어디든 다 뚫는다"…수십만원에 비행 자극하는 '신분증 위조' 원본보기 아이콘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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