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 잃은 앵무새' 37전 전승…최강 비결은?
‘부리 창 찌르기’로 전투에서 전승
연구진 “장애 극복한 동물 적응 사례”
윗부리를 잃은 멸종위기종 앵무새가 이를 독창적인 공격 무기로 사용해 무리의 최상위 자리에 오른 사례가 확인돼 눈길을 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연구진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를 통해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케아 앵무새 '브루스'는 어린 시절 사고로 윗부리를 모두 잃었다. 케어 앵무새는 높은 지능과 문제 해결 능력으로 알려진 뉴질랜드 고유종이다.
그러나 브루스는 부리의 장애를 활용한 독특한 전투 방식으로 지배 서열 1위를 차지했다. 연구진이 보호구역 내 12마리(수컷 9, 암컷 3)를 4주간 관찰한 결과 총 227회의 싸움이 기록됐다. 이 가운데 브루스는 36차례 전투에 모두 참여해 전승을 거뒀다.
일반 케아가 굽은 윗부리로 상대의 목을 물어 공격하는 것과 달리, 브루스는 남은 아랫부리를 창처럼 내밀어 찌르는 '부리 창 찌르기(beak jousting)'라는 방식을 사용했다. 몸을 낮춘 뒤 빠르게 돌진해 상대의 날개나 다리, 머리 등을 찌르는 방식이다.
브루스의 공격은 효과 면에서도 두드러졌다. 다른 개체들이 주로 목을 물어뜯는 방식(67%)을 사용했지만, 브루스는 창처럼 찌르는 공격을 62% 비율로 활용했다. 이 방식은 73%의 상황에서 상대를 즉시 물러나게 해, 발차기 공격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공격 빈도 역시 다른 개체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이 같은 우위는 생리적 지표로도 확인됐다. 브루스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가장 낮았고, 먹이 접근에서도 항상 우선권을 확보했다. 다른 개체들이 깃털을 손질해주는 등 전형적인 지배 행동도 나타났다. 브루스는 이전 연구에서도 돌을 이용해 깃털을 손질하는 '도구 사용' 행동을 보인 바 있다.
연구 책임자는 "브루스는 온전한 부리를 가진 개체가 따라 할 수 없는 공격 기술로 알파 수컷 자리를 확보했다"며 "행동 혁신만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지위를 유지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는 동물 세계에서도 장애가 단순한 불리함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을 낳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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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구진은 "이 사례가 보호구역 환경에서 관찰된 만큼 야생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면서 "케아에게 부리는 먹이 섭취에 핵심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는 생존 자체가 더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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