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산업 양재 물류단지 담보 단기차입 9392억…내달 만기 집중
현금자산 700억대…상환능력 사실상 부족
계열사 수혈에도 자금난 지속…더미식도 부진

하림그룹이 추진하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양재 물류단지)' 개발사업을 맡은 하림산업이 해당 부지를 담보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양재 물류단지 개발이 10년째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자 '더미식 라면' 등 식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결과다. 단일 금융기관에 집중된 9000억원대 단기 차입금 만기가 임박한 가운데 착공 지연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지주 하림지주 close 증권정보 003380 KOSDAQ 현재가 12,130 전일대비 470 등락률 -3.73% 거래량 1,317,518 전일가 12,600 2026.05.12 13:25 기준 관련기사 [10년 표류 도심물류]⑥땅값만 4배 뛰었다…개발 이익은 어디로? [단독]"설계용역비 45억원 떼였다" 소송까지…양재 물류단지 오락가락 사업계획 [단독]임대주택 서향 배치한 하림…양재 물류단지 66개 항목 '무더기 수정' 자회사인 하림산업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일대 부지를 담보로 KB국민은행에서 총 9392억원의 단기 차입금을 조달했다. 일반대출 6365억원, 시설자금 대출 3027억원으로 구성된 이 자금은 모두 1년 이내 만기를 가진 단기성 차입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차입금 상당 부분의 만기가 오는 6월 전후로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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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억 단기차입…양재 물류단지 담보로 '적자' 라면 생산

2012년 하림그룹의 유통사업을 위해 설립된 하림산업은 2016년 5월 하림지주의 계열사인 NS쇼핑 자회사인 엔바이콘이 진행한 4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엔바이콘의 지분 100% 갖게됐다. 당시 하림산업은 NS쇼핑의 자회사였는데, 같은해 NS쇼핑이 엔바이콘을 통해 사들인 양재 물류단지 개발사업은 하림산업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양재 물류단지 인허가가 계속 지연되면서 하림산업은 2019년 NS쇼핑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하림식품을 흡수합병해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같은해 하림산업은 전북 익산에서 2000억원을 투자해 식품 공장을 짓고 2021년 '더미식 라면'을 선보인 뒤, 즉석밥과 만두, 국·탕·찌개, 소스류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문제는 실적이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매출 109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1466억원, 당기순손실 1690억원을 냈다. 전년 역시 매출 802억원에 영업손실 1276억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매출보다 손실 규모가 더 큰 구조로,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창출하기는커녕 오히려 대규모 현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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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자금 수혈도 눈덩이

하림산업은 양재 물류단지 개발 초기부터 계열사 의존도가 높았다. 2016년 양재 부지 매입 당시 NS쇼핑은 약 4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투입했다. 이후에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갔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에는 하림지주가 직접 자금 지원에 나섰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800억원을 투입하며 사업 지연에 따른 자금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자본 수혈에도 불구하고 식품 투자가 이어지면서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2024년 들어 차입 규모는 급격히 확대됐다. 2024년 초 1300억원 수준이던 단기차입금은 같은 해 3월 2300억원, 9월 3300억원까지 늘어났고, 여기에 NS쇼핑의 280억원 금전 대여까지 더해졌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금융기관으로부터 3720억원을 추가로 차입하며 총 차입 규모를 80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이는 자본 대비 100%를 웃도는 수준으로, 레버리지를 크게 확대했다는 의미다. 이후 차입금은 국민은행으로 집중되며 현재 9392억원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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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방식도 변화했다. 초기에는 계열사 중심의 자본 투입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부동산 담보 기반 금융 차입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실제로 하림산업은 양재동 부지 등을 포함한 투자부동산 약 1조7000억원을 기반으로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담보를 설정한 데 이어 토지·건물·기계장치 등 유형자산도 별도로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투자부동산을 원가 모형에서 공정 가치모형으로 변경하면서 장부상 자산 규모를 4954억원에서 1조7016억원으로 늘렸다. 실제 현금 유입과 무관한 '평가상 증가'다.


양재 물류단지 착공 지연…국민은행 차환 못하면 유동성 위기 직면

양재 물류단지 개발사업이 10년 가까이 착공이 지연되면서 당초 재원 조달 계획과 현재 상황간 괴리도 크다. 당시 계획안에 따르면 총사업비 6조8712억원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은 6500억원 수준으로 제한하고, 3조8000억원 이상은 분양 및 임대 수익으로 충당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분양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 차입만 9000억원을 넘어섰다. 당초 '분양으로 갚는 구조'였던 사업이 '차입으로 버티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또 투자 일정 역시 초기 자금 부담이 집중된 형태다. 2024년에만 약 2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이후에도 매년 7000억~9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지속해서 투입될 예정이다. 반면 자금 회수는 착공 이후 분양과 임대에 의존한다. 착공 지연 시 자금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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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업 구조상 초기에는 토지비와 인허가 비용이 선 투입되고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분양 수익으로 회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양재 사업은 착공 지연으로 PF 전환이 이뤄지지 못한 채 단기차입 의존도가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하림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0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단기 차입금 대비 현금 보유액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체 영업에서 현금을 벌어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시장에서는 "차환(롤오버)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상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관건은 만기 도래 이후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차입금을 연장해 줄 경우 단기 유동성 위기는 넘길 수 있지만 반대로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양재 사업이 본격적인 PF 단계로 전환되지 못하면 단기 차입 의존 구조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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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번 문제가 하림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그룹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꼽히는 만큼 자금 경색이 현실화할 경우 지주사 차원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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