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에 좌석·노선 축소
"항공업계 재편 가속화 우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항공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노선 감축은 물론 일부 항공사는 유동성 위기까지 거론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항공유 대란으로까지 번져 항공업계의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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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빼고 노선 줄이고…허리띠 매는 항공사

글로벌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최근 1분기 매출액 146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0.6% 증가다. 하지만 호실적과 달리 연간 실적 전망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연간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12~14달러에서 7~11달러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연료비 부담 확대를 반영해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델타항공은 연간 실적 전망 업데이트를 보류했고 알래스카항공은 기존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하는 등 국제유가 변동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또한 미국의 저가 항공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어소시에이션 오브 밸류 에어라인스(Association of Value Airlines)는 최근 의회에 급등한 항공유 부담을 덜기 위한 한시적 세금 감면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 항공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10월까지 약 2만편의 단거리 노선 항공편을 취소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를 통해 4만t 이상의 항공유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앞서 계열사 시티라인이 보유한 항공기 27대를 모두 조기 퇴역시키거나 운항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스칸디나비아항공은 고유가 부담으로 약 1000편의 항공편을 취소했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과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X, 에어뉴질랜드 등 아시아 항공사들은 연료 절감을 위해 일부 노선을 축소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다음달 국제선 항공권에 33단계 유류할증료를 적용한다. 33단계는 최고 등급이다. 지난달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비상경영 전환을 공식 선언하며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당사가 목표로 한 연간 사업계획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스피릿항공은 지난해 8월 2번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부채 수십억달러를 줄이고 항공기 운영 비용을 낮추는 구조조정안에 채권단과 합의하면서 올여름까지 파산보호 절차를 벗어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이런 계획이 흔들렸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는 최대 5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검토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스피릿항공의 인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적정 가격에 사들인 뒤 유가 안정 시 되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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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비용에 30%까지 차지하는 항공유

글로벌 항공사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항공유가 운영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유는 항공사 비용의 약 25~30%를 차지한다. 항공유 가격이 높아질수록 비용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별도기준 4조5151억원, 연료비는 1조812억원을 기록했다. 약 24% 수준이다.


국제유가는 이란 전쟁 발발 후 급등했다. 2월 초만해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0달러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후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휴전 기대감에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2차 회담 결렬에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이달 24일 기준 배럴당 90달러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진정되더라도 항공유 가격이 단기간에 정상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버진 애틀랜틱의 최고경영자(CEO) 코넬 코스터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라는 '긍정적 뉴스'에도 불구하고 항공유의 가격이 전쟁 전 수준의 2배를 넘는다고 말했다. 코스터는 "이는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우려이자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앞으로 걸프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세계 에너지 가격에 가해진 이런 혼란의 일부는 계속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해협의 봉쇄가 풀리면서 국제유가가 안정된다고 해도 항공유 가격까지 하락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항공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원유 가격이 다소 진정되더라도 정유시설 차질과 물류 병목이 이어지면 항공유 가격은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유럽의 경우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유럽은 항공유의 75%가량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남은 항공유가 6주 치 정도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항공편 취소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업계가 성수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항공업계가 높아진 항공유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결국 수요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운임 인상과 유류할증료 확대뿐 아니라 인기 노선의 좌석 공급 축소가 겹치면 성수기 예약난이 심해질 수 있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급등하는 항공유를 상쇄하기 위해 항공권 가격을 15~20%까지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에어프랑스-KLM도 장거리 노선 항공권 가격을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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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유, 가격 문제가 아닌 공급 위기로 번질 수도…"업겨 재편 가속화"

지금까지는 항공유 가격 상승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공급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우려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윌리 월시 사무총장도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개방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중동의 정제 능력 차질을 고려하면 공급이 필요한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여전히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은 항공유뿐 아니라 다른 정제 제품을 포함한 글로벌 정제유 공급의 핵심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공동 창립자이자 리서치 책임자인 암리타 센은 "정유 시설의 피해는 위성사진 등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지하에서 손상이 어느 정도인지가 가장 큰 우려 요인"이라며 "재가동에 들어갈 때 그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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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유가가 결국 업계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체이스는 지속적인 고유가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저비용 항공사들의 도태(Shakeout)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2027년 이후에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거대 항공사들의 시장 지배력을 한층 더 강화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도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10년간 항공업계 재편을 촉발한 것은 고유가였다"며 "이번 고유가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큰 구조적 개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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