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표류 도심물류]①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계획
하림 VS 한보 토지사용 법정다툼
1심 하림 승소했지만, 한보 항소심 신청

편집자주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 8만3629㎡ 규모의 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는 지금도 비어있다. 한때 수도권 물류의 관문 역할을 했던 이곳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자상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도심첨단물류단지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10년째 공터다. 서울 마지막 금싸라기 개발을 둘러싸고 행정과 자본 권력이 충돌하면서다. 그 사이, 쿠팡 등 주요 e커머스 플랫폼은 서울 인근 주요 거점에 물류센터를 갖추고 새벽배송 시대를 열었다. 물류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정책 목표와 달리,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며 혁신 물류의 상징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향한 욕망의 분출구가 됐다.
[단독]"내 땅 넘어 오지마" 10년째 첫삽도 못 떠…재벌家 전쟁터로 변한 양재 물류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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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의 숙원 사업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양재 물류단지)'가 10년째 첫 삽을 뜨지도 못한 가운데 부지 인근 땅 주인과 법적 다툼까지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림 측이 최종 건축 허가를 받더라도 이번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사실상 착공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하림그룹이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225 일대 8만3629㎡(약 2만5000평)에 조성하는 양재 물류단지를 신축하기 위해서는 인근 땅(양재동 449·449-1)을 침범해 '지하터파기' 작업을 해야 한다. 지하터파기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기초를 만들기 위해 지표면 아래의 흙을 파내는 과정으로, 주변 지반의 붕괴를 막고 안전하게 작업 공간을 확보하는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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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지 소유주인 하림산업은 2024년 2월 서울시가 양재 물류단지 계획을 승인한 뒤, 인근 토지 주인들과 지하터파기 공사를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물류단지와 인접한 땅 소유주인 고(故)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이 공사에 반대하면서 하림산업이 같은 해 정 회장의 아들인 정한근씨 등을 상대로 땅 사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림산업은 하림지주 하림지주 close 증권정보 003380 KOSDAQ 현재가 12,840 전일대비 70 등락률 +0.55% 거래량 965,593 전일가 12,770 2026.05.08 15:13 기준 관련기사 [단독]임대주택 서향 배치한 하림…양재 물류단지 66개 항목 '무더기 수정' 김홍국 M&A 본능 '꿈틀'…'슈퍼마켓 재도전' 하림, 홈플러스SSM 인수 자금은? 홈플러스 급한불 끄나…하림그룹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우선협상자로 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1심은 하림산업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25일 "관련 작업을 위해서는 피고(한보 일가) 토지 사용이 불가피하다"면서 원고 승소 파결을 내렸다. 민법 제216조 제1항(인지사용청구권)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웃 토지를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경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인지사용청구권은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 개축할 때 이웃하고 있는 주변의 토지를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재판부는 "지하층 공사가 완료되면 완전히 원상으로 회복될 수 있고, 토지 사용으로 인한 피고들의 손해나 고통이 수인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지 않을 것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한보 일가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지난 3월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하림은 양재 물류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2016년 5월 4525억원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지상 58층, 연면적 147만여㎡ 규모로 공동주택과 오피스동, 상업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물류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당초 올해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삼았다.


다만 서울시 건축위원회가 지난 3월 하림산업이 제출한 물류단지계획안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렸다. 쇼핑몰과 호텔, 음식점 등이 들어설 핵심 상업 공간의 외관이 거대한 장벽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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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하더라도 한보일가와 소송이 장기화하면 착공 일정 차질은 더욱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소송이 공사 전 마지막 단계인 서울시 '굴토 심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지하터파기 등 공사를 위해서는 굴토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굴토 심의에서는 주변 땅에 미치는 피해와 관련 송사들이 주요한 평가 요인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대방 대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에 맞는 공법을 제출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굴토 심의에서) 재심의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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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측은 "피고의 땅 부분을 제외하고 충분히 공사가 가능하다"며 "양재 물류단지 부지와 일부 인접해 있는 부분이 얼마 되지 않는데, 그런 것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그럴 순 없다. 인접 토지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법을 통해 충분히 공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 이 소송과 공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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