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외교…한국은 경제 문제
유가 상승+물류 불안 '이중고'
전쟁이 던진 숙제 '에너지 자립'

서보영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서보영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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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이 한창이다.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세계는 같은 충격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라별 체감이 전혀 다르다. 특히 이번처럼 석유와 해상 경로가 얽힌 분쟁은 미국보다 한국에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미국은 산유국이자 에너지 자급 능력을 갖춘 나라지만, 한국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한다. 같은 전쟁 뉴스가 미국에서는 외교나 안보 이슈인 반면, 한국에서는 곧바로 기름값과 물가 뉴스가 된다.


실제로 중동발 리스크가 확대될 때마다 두바이유 가격과 함께 국내 수입단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이는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국내 소비자물가는 약 0.2~0.3%포인트 추가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단순한 가격 상승보다도 공급 차질 가능성 자체가 더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경우 전쟁이 유가를 끌어올리더라도 그 충격이 곧바로 경제 전체를 뒤흔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일부 산업의 수익 증가로 상쇄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느 나라와 같이 미국 소비자도 주유비 부담을 느끼고,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국은 셰일오일로부터 석유를 추출할 수 있게 됐고, 천연가스 생산도 가능하다. 이러한 에너지 기업들은 높은 유가 덕에 이익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유가 충격이 와도 경제 내부에서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다르다. 유가 상승이 단순히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곧바로 운송비와 생산비, 생활물가로 번진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국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한다. 한국처럼 수입 에너지 비중이 높은 경제에서는 원유값 상승이 곧장 무역수지, 기업의 생산계획, 가계의 소비심리까지 흔든다. 게다가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면 유가 상승의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더 넓게 퍼진다. 정유·화학·운송·항공은 물론이고, 철강과 유통, 내수 서비스업까지 원가 상승 압박을 받는다. 따라서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은 에너지 가격이 오를수록 경쟁력이 약해지고, 동시에 내수 경제가 위축되는 이중 압박을 받는다. 이는 성장 둔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한국의 취약성은 단순히 원유를 많이 수입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한국은 공급망이 특정 지역에 묶여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상당 부분을 카타르 등 중동 국가에 의존한다. 더구나 한국 정유산업은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된 설비 비중이 높아 수입선을 단기간에 다른 지역으로 전환할 경우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정책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은 중동 정세를 통해 국제질서를 설계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도 거시경제 관리 중 하나로 취급한다. 즉 충격을 조절할 수 있는 나라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충격을 받아내는 나라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의 대응은 훨씬 실무적이다. 비축유 확보, 유류세 조정, 물류비 완충, 취약 업종 지원 같은 수단이 중요해진다.


최근처럼 호르무즈 해협이나 홍해의 통행 불안이 커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한국의 원유와 천연가스 상당 부분이 중동을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해협 봉쇄나 해상 운임 상승은 에너지 가격에 직접 반영된다. 이때 주목할 것은 전쟁으로 인한 실질적 여파보다는, 전쟁으로 야기된 유가 및 물류의 불확실성이다. 전쟁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만으로도 유가와 환율은 변동하고,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결국 같은 전쟁이라도 미국에선 외교와 안보의 문제, 한국에선 물가와 성장의 문제가 된다. 미국은 유가 상승을 조정하며 관리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 변수 하나가 경기와 가계 민생을 동시에 흔든다. 미국·이란 전쟁을 볼 때 한국이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전쟁이 나느냐"가 아니라 "그 여파가 우리 경제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게 흔들 것이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의 충격이 한국 경제에 어떤 경로로 번지는지 냉정하게 읽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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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영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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