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예술로 전남 섬 살린다"…'트리엔날레 실험' 성공 조건은
서남해안 5개 시군 묶는 메가이벤트…단순 부가가치만 1천300억원대 기대
지자체간 유기적 협력· '사후 관리' 등 지속성 확보 관건
전남 5개 시군이 주도하는 '서남해안 섬벨트 트리엔날레(가칭)'가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지역 소멸 대응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남해안 일대 섬을 하나의 예술권으로 묶어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를 동시에 돌파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성공 여부는 구조적 한계를 얼마나 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이 사업은 목포·해남·완도·진도·신안 등 5개 시군이 참여해 3년마다 국제 현대미술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골자다. 2030년 첫 행사를 목표로, 섬 전역을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전환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난 3월 목포시, 해남군, 완도군, 진도군, 신안군 및 한국섬진흥원은 '2026 W.I.N.(World Island Net) 포럼'을 열고, 지역 섬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사진제공=한국섬진흥원]
"문화행사 아닌 지역 재생 실험"
이번 구상의 핵심은 '전시'가 아니라 '재생'이다. 폐교·빈집 등 유휴시설을 전시장으로 바꾸고, 자연경관을 작품화해 섬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바탕으로 관광객 유입에 그치지 않고 예술가 체류와 주민 참여를 통해 이른바 '생활인구'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기존 축제와 결이 다르다.
단기 방문객 중심의 이벤트에서 벗어나, 예술을 매개로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 경제 분석에서도 생산 유발 3,000억원대, 부가가치 1,300억원대 효과가 제시되며 명분은 충분하다.
'세토우치 모델'…답이자 한계
5개 시군이 바라보는 대표적 사례는 일본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다.
일본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낙후된 섬 지역에 예술을 결합해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다만 일본의 사례를 전남에 그대로의 이식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토우치는 민간 기업(베네세 그룹)의 장기 투자와 안정적인 해상 교통망, 수도권 접근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실제 방문객들은 배를 타고 각 섬을 돌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하나의 '재미' 요소다. 항구마다 출발하는 배를 배치해, 언제 어디서든 행사장으로의 접근이 용이하다.
반면 서남해안은 교통 인프라와 체류형 관광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결국 '한국형 모델' 구축이 관건이다. 단순한 작품 설치를 넘어 교통·숙박·콘텐츠가 결합한 종합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5개 시군 연대…'규모의 경제' 가능할까
이번 사업의 성공의 키는 '지자체 협력'이다. 개별 지자체로는 한계가 있는 섬 자원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행정 주체가 5곳으로 나뉘는 만큼 조정 비용도 만만치 않다.
행사 운영의 일관성과 예산 배분, 브랜드 관리에서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전남 섬의 문화가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만큼 이 점이 자칫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치권 등에서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지속성'이 성패 갈라
이 행사의 중요한 성공 조건 중 하나는 '사후 관리'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경우 막대한 예산 대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설 전시'와 '365일 운영'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유지·보수 비용과 운영 인력 확보가 필수다. 주민 참여형 커뮤니티 아트 역시 형식에 그칠 경우 오히려 지역 반발을 낳을 수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성패는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머무는 사람'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다. 예술가 레지던시, 장기 체류 프로그램, 섬 간 이동성을 높이는 아트 루트 구축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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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 관계자는 "섬의 자연과 문화, 생활을 결합한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며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구조를 바꾸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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