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무기 강국에 맞서 VC 투자 문화 도입
승자 독식 개발 전략으로 혁신 경쟁 촉진해
드론 전투는 이제 '메이드 인 우크라이나'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역은 드론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대비 경제·인구·군사력 모두 압도적으로 밀리지만, 드론에선 무시할 수 없는 강자로 거듭나 침공군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강점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실리콘 밸리 등 서구 스타트업 제도를 군대에 정착시켰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래 전장은 화력이 아닌 혁신을 창출하는 조직 문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구 차이 4배 러시아 몰아세우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드론으로 러시아 침공군을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지상 드론만으로 이뤄진 '로봇 부대'만 투입해 러시아에 점령됐던 영토 일부를 탈환했습니다. 1000㎞ 이상을 날아가는 장거리 비행 드론 'FP-2'를 이용해 러시아 해안의 석유 시추 시설을 직접 공격하기도 했지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3만5000명의 러시아군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공격은 대부분 드론을 활용했습니다.
지난 4년간 우크라이나는 드론에 의존해 러시아를 막아왔습니다. 양국의 인구 차이는 거의 4배에 이르며, 러시아군은 탄도 미사일, 대형 폭격기 등 우크라이나군은 꿈도 꿀 수 없는 무수한 전략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요. 그런데도 드론 전투에서만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스타트업' 문화
군사 강국 러시아가 애를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러시아 군사력 전문가 사무엘 벤뎃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가는 현지 분석 자료를 인용해 그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벤뎃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드론 연구개발(R&D) 문화가 판이합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군사 무기 개발 전략을 드론에도 적용했습니다. 국방부 산하 무기 연구소가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받아 대기업과 함께 드론을 개발합니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장인 위원회(Artistic Council)" 같은 형태에 비유합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구 벤처 캐피털(VC)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소액의 연구 개발 예산을 무수히 많은 국영·민간 조직에 뿌린 뒤 가장 성공적인 아이디어만 골라 재원을 집중시키는 겁니다.
드론 포인트 제도부터 통합 플랫폼까지
실리콘 밸리 등 서구 스타트업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VC 방식 투자 전략은 우크라이나의 혁신 경쟁을 부추겼습니다. 일례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부대에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러시아 병사를 사살한 부대에 마치 게임 머니처럼 포인트를 지급해, 더 많은 포인트를 취득할수록 더욱 비싸고 강력한 드론 무기를 제공하는 새로운 보급 전략입니다. 이로 인해 각 부대는 적과 더 잘 싸우기 위해 치열하게 전술 경쟁에 임합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브레이브 원(Brave 1)'이라는 통합 플랫폼을 개발해 드론 설계, 드론용 인공지능(AI) 등 개발을 한꺼번에 수행합니다. 해당 플랫폼에는 200곳 넘는 민간 기업이 참여했고, 300건 넘는 AI 관련 기술이 등록됐습니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그동안 싸우면서 수집한 러시아군 장비의 고품질 사진 데이터가 고스란히 저장돼 새로운 AI를 훈련하는 기업들에 소중한 군사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단순 장비 아닌 조직 문화…"IT 창의성을 국방에 쏟아"
한때 동유럽의 빈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이제 드론 기술에서만큼은 선진국들조차 선도하는 '테크 강국'으로 거듭났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4일 일명 '무기 제조자의 날(Arms Maker's Day)'을 맞이해 전쟁 기간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수많은 드론을 공개하며 '노하우'를 수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수천㎞를 날아가 목표 지점을 타격하는 순항 드론, 다연장 로켓을 탑재한 드론, 물 위에 떠 있다가 요격체를 발사하는 드론 등 수많은 드론을 개발했지만, 진짜 강점은 이를 운용하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조직 문화'입니다. 새로운 프로그램과 설계를 반나절 만에 기존 드론에 적용해 새롭게 설계하는 신속한 야전 공학, 경쟁을 촉진하는 스타트업 문화 모두 우크라이나가 구사하는 드론 전투의 일부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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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관계 연구소 '애틀랜틱 카운슬'은 "우크라이나 드론 프로그램의 차별점은 속도, 적응력, 그리고 효율성"이라며 "드론은 우크라이나가 겪은 광범위한 기술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한때 IT 산업에 집중하던 젊은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창의성을 국방 분야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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