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타이레놀도 못 먹어"…전쟁 장기화에 '최악 시나리오' 가동한 英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 식탁으로 확산
의약품 원료 차질에 NHS 압박 가중
"만약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계속된다면?"
중동발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 정부가 식품과 의약품 부족까지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 대응에 나섰다. 에너지와 물류 차질이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식량·의료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에서는 수주 내 영국의 공공의료체계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약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호르무즈 리스크…식품 공급망 '직격'
18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 위기 대응 회의체인 '코브라(COBRA)'를 중심으로 식품 공급 차질을 포함한 대응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있다.
핵심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식품 생산 기반을 직접 압박하는 구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이 흔들릴 경우 비료 생산 비용이 급등하거나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고, 이는 곧 농축산물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식품 산업 전반에 쓰이는 이산화탄소 공급 감소도 변수로 지목된다. 이산화탄소는 도축, 포장, 저장, 음료 생산 등에 필수적인 만큼 공급이 줄어들 경우 식품 유통 전반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공급량이 평소의 2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국은 즉각적인 '식량 부족 사태'보다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 종류가 줄어드는 등 소비자 선택지가 축소되는 형태의 변화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약도 부족"…의약품 공급망 경고등
의료 분야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제약업계 단체 '메디신즈 UK'는 전쟁 여파로 의약품 원료 공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수주 내 일부 품목에서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의약품 활성 성분 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과 용매 공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이르면 여름부터 NHS가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일부 제조업체는 평소 대비 4분의 1 수준의 원자재만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족 가능성이 거론되는 품목에는 아스피린과 파라세타몰 계열 진통제, 항생제, 뇌졸중 예방약 등이 포함된다. 이들 대부분이 석유화학 기반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시장 충격이 곧바로 의약품 공급 문제로 이어지는 구조다.
의료소모품까지 '충격 확대'
전문가들은 의약품을 넘어 의료 시스템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도 지적한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리처드 설리번 교수는 암 치료제와 로봇 수술 관련 소모품 공급망에도 이미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주사기, 의료용 장갑, 수액 백 등 기본적인 의료 소모품까지 부족해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NHS 전반의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은 의약품과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물류 차질이 길어질수록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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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와 업계는 공급 붕괴보다는 가격 상승과 품목 축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점진적 압박'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 환경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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