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반대하는 싱가포르
국제 해협 국제법 지위가 경제 성장의 핵심
국제법 붕괴하면 싱가포르도 경제·안보 위기

"통행료도, 제한도 안 됩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상황으로 복귀해야 합니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 싱가포르 총리실 페이스북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 싱가포르 총리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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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회의에는 동남아시아의 도시 국가 싱가포르도 동참했다. 이날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에 절대 통행료를 부과해선 안 된다며 이란을 강경하게 비판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천㎞ 떨어진 도시 국가 싱가포르가 중동 위기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싱가포르에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자국의 생명줄을 위협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싱가포르 또한 국제 해협 덕분에 지금의 부와 주권을 영위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외교부 "국제법 권리, 절대 협상 안 한다"


싱가포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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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이후 싱가포르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국의 입장을 반복해서 게재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협상될 수 있는 권리가 권리인가"라고 물으며 "우리 싱가포르에게 답은 명확하다. 우리는 이미 국제법으로 보호받는 권리를 협상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다가오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해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웡 총리도 회의에서 해협 봉쇄가 전 세계 경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경고했다. 그는 "만일 (호르무즈 해협을) 현재 상태로 둔다면, 세계는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세상은 질서가 아닌 강압과 힘으로 지배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에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이곳을 통과하는 유조선은 IRGC가 지시한 경로를 따라 운항해야 하며, 이란에 '통행료'를 내야 한다. 또한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도 해협 인근에 있던 유조선에 경고 없이 발포하기도 했다.


국제 해협 막히면 싱가포르도 붕괴


싱가포르 항구. 싱가포르 PS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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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 같은 행동은 국제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국제 항행에 사용되는 수로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모든 선박과 항공기가 방해받지 않는 '항행의 자유'가 보장된다. 다만 이란은 1982년 UNCLOS에 서명하긴 했으나, 공식적인 국내법으로 비준하지는 않았다.


국제해협 내 항행의 자유는 싱가포르 같은 중개무역 국가들을 키운 동력이기도 했다. 싱가포르 또한 국제 해협인 말라카 해협과 싱가포르 해협에 위치한 나라이며, 이곳에서 아시아 무역 허브 역할을 자처하며 금융업, 상업을 육성했다. 오늘날 싱가포르 해협은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실어 나르는 '에너지 교통로'의 위상을 지닌다.


그러나 지역 열강이 힘으로 국제 해협을 통제하는 선례가 전체 국제 사회로 확산하면, 말라카 해협도 인근 해상 강국들에 통제당할 위험이 있다. 삽시간에 싱가포르의 경제 모델은 물론, 주권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몰리는 셈이다. 싱가포르가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지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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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 총리는 "글로벌 무역의 핵심이자, 석유 정제 산업의 중심지로써 싱가포르는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무역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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