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선박 포격·나포에 보복 나선 이란…흔들리는 2차 회담 향방(종합)
美 "해상봉쇄 돌파 시도한 선박 나포"
이란 "2차 회담 불참할수도" 美 압박
"핵문제 합의점 물밑협상은 계속 진행"
19일(현지시간)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프루언스호가 오만만 인근 북아라비아해에서 이란 국적의 화물선 투스카를 상대로 나포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군의 이란 선박 나포에 이란은 보복으로 무인기로 미군 군함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선박을 포격한 데 이어 이란이 미 군함에 보복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간 군사적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면서 2차 종전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다만 양측은 핵심 쟁점사안인 이란 핵문제를 둘러싸고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회담 불참 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회담 개최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美 "이란 선박 포격·억류"…이란 "美 군함에 보복공격"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USS 스프루언스 구축함이 이란 반다르아바스로 향하던 중, 아라비아해 북부를 시속 17노트로 항해하던 투스카호를 차단했다"며 "투스카호 승무원에게 6시간 동안 반복된 경고를 보냈지만 따르지 않아 기관실을 향해 함포 여러 발을 발사해 추진장치를 무력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해병대원들이 불복종 선박에 승선했으며 현재 선박은 미군이 억류 중"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같은 내용을 전했다. 그는 "오늘 길이가 약 900피트(약 275m)이고 항공모함만큼 무게가 나가는 '투스카'라는 이름의 이란 화물선이 우리의 해상봉쇄를 뚫으려 했고 잘 안 됐다"며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프루언스가 오만만에서 투스카를 가로막고 정지하라는 정당한 경고를 했으나 이란 선원들이 응하지 않았고, 우리의 해군 군함이 기관실에 구멍을 내 멈추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측은 즉각 반발해 미군에 보복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란 통합군 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 혁명수비대가 오만만 인근에 위치한 미 해군 군함들을 향해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며 "미군이 오만만에서 이란의 상선을 향해 발포함으로써 휴전협정을 위반했다. 미국의 도발에 대해 더 강력한 응징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전날 이란이 먼저 도발해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해상무역운영국(UKTMO)은 지난 18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인도 국적 선박 두 척이 이란으로부터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은 어제 호르무즈 해협에 발포하기로 했고, 이는 우리의 휴전 합의에 대한 완전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상호 휴전협정을 누가 깼는지를 두고 국제법상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제법상 '휴전(Cease-fire)'은 협정기간에 모든 무력행위의 중단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할런 울먼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미국이 한 일은 국제법상 전쟁 선포에 해당하며, 절대 먼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러한 국제법 위반사안은 미국과 이란 간의 이미 혼란스러운 협상 과정에 혼란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협상단 20일 도착"…이란 "회담 열릴지 불투명"
양측의 해상 분쟁이 다시 시작되면서 20일 예정됐던 양국 간 2차 회담도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고 있다. 그들은 협상을 위해 내일(20일) 저녁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회담 개최를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란 매체들은 이란 측 협상대표가 2차 회담에 불참할 수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회담이 열린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현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며 비현실적인 요구, 잦은 입장 변화, 끊임없는 모순, 휴전 협정 위반으로 간주하는 해상 봉쇄 지속, 위협적 언사 등이 협상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 회담을 가장해 군사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이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를 의심하고 있으며 전쟁 재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과거의 전철을 밟아 외교를 배신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드러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핵문제 합의점 놓고 협상 지속…중재안 도출 노력 중"
다만 양국 종전의 핵심 쟁점인 이란 핵문제 대한 물밑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 종전협상 시도 자체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양측의 대립에도 회담 불참 선언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양측의 대립은 결국 2차 회담에서 각자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 이스라엘 매체인 채널 12는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은 결국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원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번주 안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양측은 합의 도출을 위한 시간을 벌고자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아랍국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 측에서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협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그동안 우라늄 농축 중단 5년을 고집하던 이란이 농축 중단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대신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10년간 허용할 수 있는지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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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이 핵심 쟁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도 완전한 종전 합의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문제 외에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의 중동 내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 여러 쟁점에서 양측의 의견 차이가 크다. CNN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2차회담을 갖는다 해도 논의할 사안이 너무 많다. 지난번 협상부터 해결되지 않은 난관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미국의 이란 항만봉쇄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상호 풀어나가는 문제부터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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