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링도, 마케팅도 AI가 짠다…극장가의 조용한 혁명
대형 체인 넘어 독립관까지 확산
창작 영역엔 '선 긋기'도
팬데믹 뒤 관객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세계 극장들이 인공지능(AI) 도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7일(한국시간) 영국의 영화 전문지 스크린 데일리에 따르면, 노르웨이 틴셋의 두 관 규모 공립극장 틴셋키노는 지난 1년간 입장객 수가 1만4000명으로,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 전체 극장의 평균 성장률이 2.5%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결과다.
인구 6000명의 산골 소도시에서 일어난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세르지오 차베스 틴셋키노 매니저가 앤스로픽의 AI 어시스턴트 클로드를 활용해 맞춤형 스케줄링·마케팅 에이전트를 구축했다.
스케줄링 AI는 전국 극장 데이터와 틴셋의 자체 흥행 수치를 분석해 최적의 상영 시간대와 횟수를 추천한다. 차베스는 "부활절, 크리스마스 등 관객의 패턴이 바뀔 때 편성에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AI는 개봉 예정 작품에 대한 홍보 문구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에서 예약 업로드까지 처리한다. 차베스는 "AI 덕분에 주당 하루 이상 시간을 아낀다"며 "조금의 기술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며, 앞으로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 AI의 선두주자는 영국 체인인 Vue다. 챗GPT, 클로드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이 없던 10여 년 전부터 자체 AI 스케줄링 시스템(AIS)을 운영해왔다. 현재는 이탈리아와 폴란드 지점에서도 활용한다. 오토 터튼 Vue 영업 총괄은 "AIS 덕분에 스크린당 하루 최대 5회를 상영한다"며 "여덟 관 규모의 지점이 열다섯 관을 갖춘 경쟁사 지점 수준의 다양한 편성을 소화한다"고 설명했다.
AI는 흥행 중인 작품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판단하는 데도 쓰인다. 영국 시장에서 영화는 평균 4주 안에 박스오피스의 90%를 달성한다. 하지만 Vue는 AI를 통한 편성 최적화로 상영 수명을 50%까지 늘리고 있다.
이런 경향은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가세하면서 더 빨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중국·인도를 제외한 글로벌 극장 관리 시장의 46%를 점유한 뉴질랜드의 비스타다. 자체 개발한 AI 박스오피스 예측 도구가 개봉 첫 주말 관객 수를 ±15% 정확도로 예측한다. AI 보조 스케줄링 툴도 편성 시간을 최대 50% 단축한다.
대형 체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사용 비용이 낮아지면서 소규모 독립 극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단 크라츠키 체코영화협회장은 "체코 독립 극장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AI를 사용한다"며 "특히 스케줄링 컨설턴트로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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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극장이 AI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브리스톨의 독립 극장 워터셰드는 지난 2월 AI 정책을 업데이트했다. 데이터 분석이나 법률 문서 검토에는 AI를 활용하지만, 관객과 소통하는 마케팅 문구나 포스터 디자인 같은 창작 영역에선 사용하지 않는다. 클레어 레딩턴 워터셰드 대표는 "관객과의 소통 방식과 큐레이션은 우리의 핵심 자산"이라며 "이 부분까지 AI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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