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학회, 기형적 중증도 분류에 상종 진료 위축
특정과 편중된 갑상선수술 비판…국가검진에 '난청검사' 추진

중증 이비인후과 진료 상당수가 경증질환으로 분류돼 상급종합병원 내 진료가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병원들이 중증 진료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개원가로 빠져나가고, 이는 임상강사 급감과 지방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 부족 등 교육체계 붕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00차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구자원 학회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1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00차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구자원 학회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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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1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급종합병원의 이비인후과 진료를 위축시키는 불합리한 '질병군 중증도 분류체계'를 고도화하고 고난도 수술에 대한 적정 수가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회는 우선 현행 환자분류체계(KDRG)가 의료 현장의 복잡성과 전문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류 기준이 재원일수나 의료비용 등 통계적 수치에만 의존하다 보니 실제 고난도 환자가 단순 질병군으로 분류되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엽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교육이사(건양대병원 교수)는 "코피가 멎지 않아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기도에 이물질이 걸린 소아환자 등은 생명이 위중한 상태에서 전문적이고 긴급한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동일 상병의 경증질환으로 분류되고 낮은 수가를 적용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찬순 학회 보험이사(성빈센트병원 교수)는 "여전히 신규 질병군 분리를 위해서는 '연간 최소 300건 이상의 청구 건수'를 요구하고 있어 발생 빈도는 낮으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특정 전문과목의 임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회는 '이비인후과형 변형 중증도 분류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희귀 질환이나 고난도 수술에 대해서는 청구 건수 조건을 완화하고 전문가 집단의 '피어 리뷰(Peer Review)' 등을 통해 임상적 가치 중심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위험요인에 따라 중증도를 세분화해 80세 이상 초고령자나 1세 미만 영아, 중증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 재수술 환자 등은 일반 위험요인으로, 급성 기도 폐쇄나 다학제 융합 진료, 극난이도의 미세수술 등은 초고위험 요인으로 규정해 중증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도 제시됐다.


갑상선 수술 등의 불합리한 수가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성대나 갑상선 경부의 고난이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이비인후과가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다루는 술기가 탁월한데도 특정 과에 한정된 정책수가 때문에 병원 내에서 이비인후과 수술이 기피되거나 타 과로 유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이비인후과 진료 환경은 2024~25년 의정 사태를 거지며 수련 환경마저 위협하고 있다. 전국 83개 수련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지도전문의 수는 2023년 575명에서 지난해 517명으로 10.1% 감소했고, 임상강사는 79명에서 50명으로 63.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재현 학회 수련이사(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임상강사 인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데다 지방에서 이탈한 임상강사가 수도권 전임교원 또는 임상교원으로 이동하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정부가 지방 수련기관에 전공의를 더 많이 배정하는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교육 역량은 불균형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이밖에 치매 예방 등을 위해 66세 생애전환기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청력검진 도입 등도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의학 연구 등에서 난청이 치매의 제1 위험요인으로 지목된 만큼 노인 인구의 삶의 질 보호와 의료비 절감을 위해 국가 차원의 검진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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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원 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이비인후과는 상기도 감염병 대응, 난청 관리, 두경부암 치료, 소아 이비인후과 질환 등 국민의 삶 전반을 책임지는 핵심 필수의료 분야"라며 "국민 건강과 국가 의료정책에 기여하는 전문 학회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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