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경력, 임금엔 적용 가능…승진 반영은 성차별"
신규 직원 채용 시 군 경력을 승진에 반영하는 인사 제도가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가 기각된 여성 직원이 소송을 내 승소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양순주)는 원고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진정신청기각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11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한 사단법인에 공채로 임용돼 정규직으로 전환된 여성 직원이다. 해당 법인의 인사관리규정 및 보수규정에 따르면 대학졸업자 및 동등학력 소지자는 6급 10호봉으로 초임 호봉이 책정된다. 반면 군 경력이 2년인 제대군인의 경우 2호봉이 가산돼 5급 12호봉으로 채용된다.
A씨는 "여성 근로자는 남성 근로자와 같은 기간 동일한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임금과 승진 상의 불이익을 받게 되며, 이는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2024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난해 2월 "제대군인 여부에 따라 신규직원의 초임 호봉을 달리 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진정을 기각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해당 인사제도가 성별에 따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6급 10호봉으로 입사한 직원은 2년이 지나야 5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군 경력이 없는 여성은 같은 시기에 입사해 같은 업무를 수행한 제대군인 남성보다 4급 승진에 2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승진 후보자 명부 작성에 활용되는 경력평정이 해당 직급 근무 기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먼저 5급에 임용된 제대군인이 경력평정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군 경력이 승진 기간에 직접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돼 있다"며 "제대군인법은 호봉이나 임금 결정 시 군 경력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승진에까지 반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녀고용평등법이 승진에서의 남녀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점 ▲해당 법인의 업무가 군 복무와 직접 관련이 없어 군 경력을 승진 경력으로 인정할 필요성이 없는 점 등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이어 "해당 인사관리규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남성과 여성을 차별 취급하는 것"이라며 진정을 기각한 인권위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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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임금 차이 부분은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5급 12호봉으로 입사하는 제대군인과 6급 10호봉으로 입사하는 일반 대졸자 사이에 기본급이 월 20만 원 차이가 발생해 연간 약 1400만 원의 급여 격차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징집 또는 소집돼 군 복무를 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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